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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民同樂 전통무예 공간이었던 청와대

  • 입력 2022-04-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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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북악산 등산로를 개방했고,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제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의 등반로가 시원하게 뚫린 것이다. 이 지역을 관리하는 건 새 정부의 몫이다.

경복궁의 4대 문은 정문인 광화문, 동문 건춘문, 서문 영추문, 북문 신무문으로, 청와대는 신무문 자리에 세워진 것이다. 이곳은 문보다는 무(武)가 어울리는 장소였다. 조선 고종 때(1868)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신무문 밖(현 청와대 지역)에 중일각·오운각·융무당·경무대 등이 새롭게 지어지거나 옮겨졌다.

조선 시대에는 중일시사(中日試射)를 했는데, 12간지의 중일(中日)에 해당하는 자·묘·오·유(子卯午酉)가 든 날에 대궐에 입직해 숙위하는 무관과 군병을 대상으로 활쏘기를 시험해 성적이 우수한 이에게는 상을 주거나 전시(殿試)에 응할 기회를 줬다. 고종 재위 중이던 1864∼1897년에 경무대는 문무과의 과거시험을 치르는 곳이었다. 특히, 활쏘기는 군사훈련과 시사(試射) 등이 최소한 48번 이상 진행됐음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빈인 프러시아의 하인리히 왕자(1862∼1929)가 방문해 우리나라의 장기인 활쏘기를 본 곳은 북궐(北闕)이라 불리던 지금의 청와대 자리였다. 1894년에 무과시험이 폐지돼 활쏘기가 명목을 잃어가던 때에 하인리히 왕자의 방문으로 전통 활쏘기가 부활했다. 그의 방문 때 영접한 민영환과 이재순을 주축으로 황학정 사계와 청룡정 사계가 부활되고, 고종이 내하전(來賀錢)을 후원해 우리나라의 전통 활터와 활터 조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중화의 ‘조선의 궁술’(1929)에 따르면, 선조 때 경복궁 동쪽에 오운정을 지어 일반인에게 개방하니 이것이 민간 사정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서울과 지방에 점차 많은 사정이 생기기 시작해 전국에 400여 개나 됐다. 현존 오운정은 앞면 1칸, 옆면 1칸 규모의 건물로 ‘오운정’이라는 현판의 한자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가 직접 쓴 글씨다.

경무대에서의 활쏘기는 경무대 경찰서 주최로 열린 1954년 이 대통령 탄신축하 대회에서 활쏘기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경호무술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들이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도 경호원들이 심신을 단련하는 공간으로 연무관이 있다. 청와대 연무관에서는 수시로 태권도·유도·검도·특공무술·위력격파 등의 시범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가운데 펼쳐진다.

경복궁 같은 궁궐을 오직 구중궁궐의 조용하고 음침한 곳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청와대 자리는 조선 시대에도 백성들을 위한 여민동락(與民同樂) 공간으로 음악과 활쏘기시합을 했던 무(武)가 함께 어우러졌던 장소였다.

우리는 유교의 5덕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알지만, 병가(兵家)의 5덕 지인용신엄(智仁勇信嚴)은 잘 모른다. 지식과 어짊과 믿음은 잘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용기와 엄격함은 눈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부디 청와대에 활터가 부활되고, 전통무예 배움터로서의 공간으로 거듭나며, 이곳에서 전통무예가 공연되는 열린 축제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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