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발길 뜸한 자갈치시장 설(2월 1일) 연휴를 앞둔 25일 부산 중구 수협 자갈치위판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 생선 등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명절 대목 앞두고 희비 엇갈려

지난 24일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 A 대형마트. 계산대에 지난해엔 보이지 않던 긴 대기줄이 생겨났다. 월요일 오후인데도 중장년 고객들이 설 선물 판매 특설 코너를 한 번씩 둘러보는 등 모처럼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와인 등을 판매하는 주류코너에도 20∼30대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

이 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손님이 10%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며 “‘반짝 특수’ 같지만 반갑기 그지없다”고 했다. 같은 시간 마포구의 한 전통시장. 시장 관계자는 “설(2월 1일) 명절 대목을 앞두고 부푼 기대감 속에 손님 맞을 준비를 꼼꼼히 했는데 보다시피 한산하다”고 했다. 분식집을 하는 이모(58) 씨는 “명절 대목에라도 손님이 북적여야 하는데 최근 2년 새 분위기가 더 안 좋아져서 상인들도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맞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모처럼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설 선물용 식품은 물론, 비식품 고가 제품들까지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판매가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소비 영향에 더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제한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주요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1월 중 매출이 46% 증가했다. 식품이 119%, 해외 명품과 화장품이 각각 59%, 34% 신장했다.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도 지난해보다 18.5% 늘어났다. 고객 1인당 구매 단가도 9% 올랐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1월 매출도 각각 51%, 46%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선물 가액 한도 상향으로 10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가 지난해 대비 3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지난해 설 연휴를 앞둔 기간에 비해 10∼11%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전통시장 판매량은 이런 흐름에 미치지 못해 설 경기와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과 공급망 충격,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리스크 등 당장 민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본격적인 민간 소비 회복세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만용·이근홍·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