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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들어가면 뜬다”…‘K-팝 인문서’는 킬러 콘텐츠

나윤석 기자 | 2022-01-26 10:46

K-팝이 한류 열풍을 주도하면서 국내 저자의 아이돌 인문 교양서도 해외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BTS). K-팝이 한류 열풍을 주도하면서 국내 저자의 아이돌 인문 교양서도 해외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BTS).


에세이·학술서 등 잇따라
출간땐 해외서 판권 문의

“문학작품 몇백만 원인데
K-팝 인문서는 수천만원”

일어판 7쇄·영문판 4쇄
출판하는 족족 완판행진


K-팝 열풍 속에 아이돌의 음악 세계와 의미를 분석한 인문 교양서가 출판계 ‘킬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감성적 에세이부터 진지한 학술서까지 다양한 책들은 아이돌에 대한 해외 팬덤 덕분에 출간과 동시에 일본·중국은 물론 동남아와 영미권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문학이 아닌 인문서가 여러 국가의 독자와 만나는 건 유례 없는 일이다. 스타 작가의 인지도를 발판으로 해외에 먼저 진출한 K-문학에 이어 ‘K-팝 교양서’가 출판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 나온 나태주 시인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열림원)는 ‘BTS 노래 산문’을 내건 에세이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작가가 방탄소년단 노래 35곡의 가사에서 얻은 영감을 산문으로 풀어냈다. 챕터별로 가사 전문(全文)과 시인의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열림원 관계자는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본·중국·대만 출판사에서 판권 양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책에 BTS 가사 전문이 실린 만큼 소속사 하이브와 협의를 거쳐 해외 출판사들이 제시한 조건들을 따져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BTS의 오랜 팬으로 출판사의 출간 제안을 기쁘게 수락했다는 시인은 표제작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선 사랑에 빠진 소년의 표정을 짚어내고, ‘Trivia 承 : Love’에선 한국말의 독특한 미학을 읽어낸다. 시인은 “광활한 우주와 소소한 그리움을 동시에 품은 BTS 노랫말은 ‘읽을수록 읽고 싶은’ 시”라며 “가슴이 뜨거워지다가도 이상한 기운에 휩싸이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BTS·블랙핑크·NCT·레드벨벳 등 아이돌 10개 팀의 음악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핀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문학동네)는 최근 일본·태국 출판사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미국·중국·유럽·인도네시아 회사와도 판권 양도를 협의 중이다. 박지영 문학동네 부장은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나 팬들은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의 시선으로 K-팝 산업을 들여다본 책에 큰 관심을 보인다”며 “일본·태국의 경우 5곳가량의 출판사가 판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면서 일반적인 조건보다 3∼4배 높은 가격에 계약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6월 출간 이후 1만 부 정도 팔렸다. 김 평론가는 책에서 “K-팝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음에도 많은 대중은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할 뿐 아이돌의 ‘음악’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K-팝은 ‘안전한 사운드’를 거부한 채 장르를 넘나드는 융합으로 서구 팝과 구별되는 ‘혼종 사운드’를 창조했다”고 진단한다. “K-팝의 인기는 (우연적 돌풍이 아닌) 새로운 음악과 시스템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꾼 현상”이라는 것이다.

김 평론가의 전작인 ‘BTS : The Review’(RHK)는 이미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BTS 곡에 대한 심층 리뷰를 통해 ‘BTS 신드롬’의 원인을 짚은 책은 2020년 일본어판 출간 이후 7쇄를 찍었으며, 영문판 역시 4쇄 물량이 다 팔렸다. 김 평론가는 이 책에서도 ‘세계는 알고 우리는 몰라봤던’ K-팝의 의미를 되짚으며 “BTS는 아이돌 음악에서 기피되던 성장의 내러티브를 심오한 메시지와 세련된 멜로디로 풀어낸 보이 그룹”이라고 평가한다. 한류 연구 권위자인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BTS 길 위에서’(어크로스) 역시 일본 서점가에서 판매 중이며 인도네시아·베트남 출간을 준비 중이다. 강태영 어크로스 편집자는 “스타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는 오래전 해외시장을 뚫었으나 인문 교양서가 동남아와 영미권에 수출된 건 최근 1∼2년 새 뚜렷해진 트렌드”라며 “그 중심에 K-팝이 있다”고 전했다. 출판계에선 문학 작품의 평균 계약 단가가 몇백만 원 수준이라면 K-팝 인문서는 기본이 수천만 원대라는 얘기가 나온다. 홍 교수는 BTS 현상의 세대·인종·젠더적 의미를 고찰하며 “BTS 연구는 SNS를 활용한 대중문화가 형성되고 전파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알랭 바디우, 슬라보이 지제크 등 철학자의 이론으로 트와이스·아이유·워너원 등의 음악을 설명한 ‘아이돌을 인문하다’(사이드웨이)도 2019년 베트남에 수출됐다. 저자는 ‘아이돌의 노랫말은 가볍다’는 편견을 꼬집으며 “성장과 책임, 생명과 약속, 정체성과 자유 등 철학적 개념 속에 인간사의 보편적 희로애락을 담아낸 음악들엔 인문(人文)의 향취가 배어 있다”고 강조한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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