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전기로 대화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음압병동과 모니터링실 유리벽 사이에서 무전기를 통해 병상 부족 상황과 입원 환자 예후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방역·의료망 붕괴 현장

지원물품도 없이 1주째 방치
격리 통보 이후론 연락 없어
역학조사 못해 ‘깜깜이’급증
병상 늘려봐야 의료진 태부족

최근 코로나19 위중증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의료 시스템은 폭증하는 확진자로 인해 통제 가능 수준을 넘어서면서 현장의 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위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 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물론, 경증의 자택치료 환자와 향후 양성 전환 가능성이 큰 밀접접촉자들 역시 사실상 지역사회 곳곳에 방치돼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나날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 수준을 넘어섰다.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중환자 병상이 꽉 차 있어 연구시설 등 비입원구역까지 고려해 전체 병원의 모든 공간을 코로나19 전담 병상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병상을 늘리려면 공간확보도 중요하지만, 의료진 부족이 가장 문제”라며 “현재 1개 병동당 간호사 30∼35명이 있는데 20명 정도를 코로나19 전담 병상에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태부족”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수도권 중증 병상 가동률은 86.2%이며 이 중 서울은 89.8%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1일 이상 병상 배정(병원 입원·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자는 1480명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리는 수도권 병상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의료대응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확진자를 관리하는 방역망도 붕괴되면서,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날 방역당국에 따르면 자가격리 중에 확진되는 비율인 ‘방역망 내 코로나19 환자 관리 비율’이 11월 첫째 주 40%에서 지난주 27.6%까지 낮아졌다. 감염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코로나19 환자들이 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뒤늦은 사태 파악까지 거리를 활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확진자 및 접촉자를 관리할 역학조사 인력의 부족 사태가 누적되면서 이들이 제대로 된 재택치료 및 자가격리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재택치료 중인 A 씨는 “지원 물품조차 오지 않고 일주일째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처음 확인 전화 때부터 이름 등 개인정보를 틀리게 말하더니 앱을 깔 때도 건강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오는 등 행정기관들의 실수가 계속되는 것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부가 병상 등 의료대응 역량을 확충하고 3차 접종이 속도가 붙는 데 12월 한 달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청장은 13일 저녁 KBS1TV에 출연해 “여러 가지 해왔던 (방역)수칙 중 사적모임 규모를 축소 조정하거나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간 제한, 재택치료 확대 등 현시점에서 효과적인 조치가 뭘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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