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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회계제도 개혁의 이상과 현실

기사입력 | 2021-12-03 11:21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제도 개혁으로 도입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와 ‘표준감사시간제도’ 등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고전적 자본주의 시각에서 볼 때 선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 외에도 기업과 감사인 간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하는 감사 계약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감사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상장기업의 분식회계를 빌미로 모든 기업을 잠재적 회계부정 집단으로 치부함으로써 결국 기업의 대외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회계개혁 시행 3년 차인 지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긴 한국의 회계 분야 경쟁력은 2019년 61위에서 37위로 급상승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회계개혁 불만의 주원인으로 감사 보수 증가를 들 수 있다. 감사 보수 결정은 해답이 잘 안 보이는 분야다. 실제 비용을 부담하는 감사 수요자는 기업인데 그 수혜자는 현재와 미래의 자본시장 참가자다. 따라서 비용 부담자가 감사 계약 당사자가 되면 시장의 자율 규제 기능은 사라지고 경쟁 구조 왜곡에 따른 역선택 위험이 생기게 된다. 즉, 비용 부담 주체인 기업은 실력 있는 감사인보다 보수가 저렴한 감사인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감사 계약의 비용 부담자인 기업에 엄정한 감사를 받도록 강제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등은 현재와 미래의 자본시장 참가자를 위한 정부의 후견인적 입법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공공복리 정신에도 부합한다.

미국·영국 등 회계 선진국에서는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기업의 회계 시스템과 준법 감시 업무를 책임지고 감독하는 구조이므로 우리나라도 감사인 지정을 법에 규정하기보다 기업의 감사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의 핵심도 기업의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권한 강화에 있고, 영국의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회에 대한 재무보고위원회 지침’에는 감사위원의 감사 시간부터 책임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기업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 주도로 운영될 정도로 이사회가 상설 기구화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는 대개 한 달에 한 번 열리며,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의 구성원 중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하도록 돼 있지만, 감사위원회 아래 상임감사위원이 상임감사 역을 맡고 있어 현실적으로 감사위원회의 역할은 영미 기업의 감사위원회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에게 충분한 보상을 바탕으로 엄중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와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성에 입각한 경영 감시라고 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대한 믿음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적정한 보상과 엄중한 책임과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기엔 미흡한 실정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법과 제도 개혁만으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고 기업 경영문화가 변화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렵게 이룩한 회계개혁이 잘 정착돼 감사위원회가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으로 외부감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인정될 만한 시점에 제도 개선에 대해 재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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