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학대라고 할만큼 꾸준함으로… 요리제국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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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6차 공모 책’ 선정 데이비드장의 ‘인생의 맛 모모푸쿠’

인생의 맛 모모푸쿠 |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 푸른숲

터럭만큼의 성공이라도 집채만큼 키워 자신을 알리지 않으면 모자란 이 취급을 받는 현실에서 데이비드 장의 이야기는 너무 참이라 거짓 같은 울림을 안긴다. ‘나는 정말 이 자리까지 올 줄 몰랐다’니. 그는 현재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에서 도합 열 군데의 레스토랑을 ‘모모푸쿠’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한 군데만 잘 꾸려 나가도 성공한 셰프 대접을 받는 판국인데 그는 자신만의 제국을 이루었다. 넷플릭스의 ‘어글리 딜리셔스’ 등 음식 관련 쇼에 출연해 연예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도 쌓았다.

그런데도 ‘정말 이 자리까지 올 줄 몰랐다’니. 머리말을 읽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크고 요란스럽게 자랑하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납작 엎드리는 형국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터럭만큼의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나는 ‘인생의 맛 모모푸쿠’의 원서를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검토차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속사정에 아예 어둡지는 않았다. 전작인 요리책 ‘뉴욕의 맛 모모푸쿠’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또래의 한국계 미국인 셰프인지라 동향을 계속 주시해왔다. 그래서 지금껏 일궈온 성공에 웬만한 비결이 있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진짜 속사정이 이랬다니, 나는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그는 엄한 한국계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한쪽으로 종교, 다른 한쪽으로 아시아계 이민자 특유의 성공-전문직으로-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신동 대접을 받을 정도로 골프에 재능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사그라들어 일찍 좌절도 맛보았다. 공부는 못했고 사무직으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한마디로 데이비드 장은 잘하는 것도, 그다지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가운데 요리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실무에 몸을 던져보니 그다지 재능 있는 축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버린다. 하지만 그에게 요리는 막다른 골목이요 배수진이었으니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결국 자기 학대라고밖에 할 수 없는 꾸준함을 통해 데이비드 장은 모모푸쿠라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 넓히고 또 가지를 쳐 나가 오늘날의 제국을 이루었다.

그렇다. 자기 학대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을 번역하며 좀 우려했다. 독자들이 데이비드 장의 피눈물 나는 자기 학대의 이야기를 영화 ‘위플래시’처럼 받아들일지 모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위플래시’는 학대라고밖에 할 수 없는 교수법으로 드럼을 배우는 학생의 이야기다. 그에게는 지도교수라는 악역이 따로 있지만 데이비드 장에게는 그마저도 없다. 자기 자신이 학대의 장본인이자 대상인 가운데,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을 바라지 않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고 본다. 나는 독자들이 그의 성공이라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 특히 데이비드 장이 ‘인생의 맛 모모푸쿠’에서 내내 강조하듯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용재 ‘인생의 맛 모모푸쿠’ 번역자·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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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 6차 서평 공모 도서는 ‘인생의 맛 모모푸쿠’와 ‘독서와 일본인’(마음산책),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요즘 애들’(RHK)이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 12월 9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QR코드가 안내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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