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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합헌 근거’ 스스로 없앤 공수처

기사입력 | 2021-11-30 11:49

김태훈 변호사, 한변 명예회장

공수처는 지난 1월 심각한 위헌논란에도 검찰에 집중돼 있던 권한 중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부여받은 독립기관으로 출범했다. 수사권력이 분산되고 궁극적으로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 증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출범 이후 고발사주 의혹은 물론 옵티머스 사건 부실 수사,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에 이어 판사사찰 의혹 및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과 관련해서 국민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위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어설픈 수사로 실리도, 명분도 다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00일도 안 남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선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의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의구심만을 키우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공수처가 지난 9월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 할 때 중대한 위법을 저질렀다며 영장 처분을 취소했다. 김 의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허용 범위 밖의 키워드를 검색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이런 위법한 행태는 그 자체로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성윤 황제조사’로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8일에는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중 일부가 허위로 드러났다. 수사팀 7명 중 2명은 기소 2개월 전에 원대 복귀했는데 기소 당시 수사팀에 계속 파견 중인 것처럼 기재한 것이다.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죄를 구성한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조사 없이 발부 요건이 훨씬 엄격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이마저 기각돼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망신을 자초했다.

헌법재판소가 공수처가 합헌이라고 한 이유의 하나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등의 주체가 됨으로써 부실·축소 수사 또는 표적수사가 이뤄지거나 무리한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수처가 출범 후 10개월 남짓한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그 반대다. 검찰이 조국 일가 수사를 통해 정치권력의 시녀이기를 거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반하고 검찰개혁의 미명 아래 검찰의 힘을 빼겠다고 정권이 조종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의 시녀로 내세운 것임을 보여준다.

지금 ‘위드 코로나’ 불안과 오미크론 충격 등이 중첩되는 와중에 민노총의 불법집회가 잇달아 열리지만, 경찰은 막는 시늉만 하면서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연다고 했을 땐 집회 장소를 전면 봉쇄하고 3중·4중의 차단막을 치며 집회 참여를 막았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불법집회로 구속된 양경수 위원장은 징역 1년, 집유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지 사흘 만에 집회에 참석했다. 민노총이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자초했다. 선거 때마다 민노총 요구를 다 들어주니 대선을 앞두고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법치 파괴를 조장하고 있다. 공수처도 결국 스스로 법치 파괴의 위헌적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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