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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 끝…고통 더 키울 포퓰리즘

기사입력 | 2021-11-30 11:49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당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렸고, 이후 0%대가 유지됐다. ‘0%대’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베짱이’에게 초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누누이 예고됐다.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이 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6조7000억 원 늘었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증가 폭은 2분기(43조5000억 원)보다 줄었지만, 1년 전보다는 10%(159조 원) 증가해 여전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 분기 말보다 20조8000억 원 늘어 상승 폭이 2분기(17조3000억 원)보다 컸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를 순차적으로 끌어올린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그동안 저금리로 고통받아 온 은행 예금자들의 금리 인상 요구가 가시화했고, 시중은행은 발 빠르게 정기 예·적금 금리를 기준금리 인상분보다 큰 최대 0.4%P까지 올렸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국민·신한 등 8대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예금금리 인상은 은행으로서는 ‘자금조달비용’ 상승이다. 은행의 또 다른 자금 조달 경로인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도 3개월 전(1.65%) 대비 0.5%P 오른 2.18%로 급등했다. 6개월 전(1.32%)과 비교해 0.9%P 올랐다.

3년 만기와 6개월 만기 은행채 금리는 각각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와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활용된다. 코픽스는 매월 중순 한 차례 공시되는데, 이를 반영하면 주담보 및 신용대출 금리는 내년 1월에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담보 및 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각각 4.26%와 3.26%를 기록했다. 수정 공시될 ‘자금조달비용지수’가 반영되면 주담보 금리는 6.0%를 찍을 수도 있다. 20년 만기로 3억 원을 대출받은 경우, 1% 금리 상승으로 연(年) 원리금을 ‘추가’로 180만 원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가시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의 상승세가 계속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기준금리는 추가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내년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 ‘화약고’가 터질 수 있다. 이른바 ‘취약 차주’다. 3개 이상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다중채무자’, 소득하위 30% 저소득층, 저신용등급자, ‘영끌 빚투’족에게 대출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정치판의 포퓰리즘도 복병이다. 국채금리를 고정한 채 국채를 발행할 순 없다. 10월 29일 시장 대표금리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103%로 발작’한 것도 이재명 후보의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과 무관치 않다.

경제의 철칙은 ‘세상에 거저가 없다’는 것이다. 돌로 떡을 만들 수 없고, 겨울 없는 상춘(常春)은 없다. 현실은 냉혹하다. 더 방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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