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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K-드라마 지속력

최현미 기자 | 2021-11-30 11:37

최현미 문화부장

지난봄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월드’에는 한국 드라마(한드) 공식들이 나온다. 한국계 미국 배우 션 리차드가 제작·주연한 드라마는 한드 덕후인 클레어가 한국 드라마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6년 시즌 1이 전 세계 ‘한드’ 팬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4년여 만에 나온 시즌 2였다.

일종의 ‘한드’ 패러디인 드라마를 만든 션 리차드는 한국 드라마의 공식을 뽑아봤더니 50개 이상 됐다며, 그중에서 이야기 전개에 맞춰 5개의 큰 공식을 세웠다고 했다. 첫째, 모든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끝난다. 둘째, K-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자신감, 외모, 약간의 오만함, 여자주인공을 배려하는 신사여야 한다. 셋째, 남자주인공의 샤워신이 반드시 등장한다. 넷째, 훼방꾼과 장애물이 많을수록 진정한 사랑이 된다. 다섯째, 진정한 사랑이 이뤄지면 드라마가 초기화된다.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이 이뤄지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이 다섯 개의 공식 아래 남자주인공이 넘어지는 여자주인공을 받아주는 장면, 여자주인공을 업어주는 장면, 한국 시청자들도 놀라게 한 김치 싸대기 장면까지 나오면서, 한국 드라마 클리셰의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와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마다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한류 로맨스물이 전체적으로 ‘드라마 월드’가 보여준 공식 언저리에서 변주된 것은 사실이다.

K-드라마의 주류가 이 ‘클리셰’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대 최장기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현재 1위인 연상호 감독의 ‘지옥’,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계층 간 격차를 담아낸 ‘기생충’, 삶의 정글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오징어게임’,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지옥’까지 ‘김치 싸대기’ 막장극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전 세계를 몰입시키고 있다. 이들에 앞서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킹덤’ ‘스위트홈’, 영화 ‘부산행’ ‘반도’ 역시 시대적 메시지를 품었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급속한 경쟁성장, 치열한 경쟁이라는 한국사회의 만만찮은 현실이 ‘평평해진 지구’에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랜 권위주의 문화 탓에 한국사회에서 유독 발달하지 못했던 ‘판타지’적 요소를 앞세워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 특유의 가족애와 팍팍한 현실에서 우리가 갖지 못했기에 모든 서사에 강박적으로 들어가 있는 유머 코드도 뒤섞여 있다. 강력한 메시지와 새로운 상상력, 감동과 웃음 등 K-드라마의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로맨스부터 SF까지 다양한 장르 역시, K-드라마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 공연의 새 장을 연 방탄소년단은 “정체성, 언어,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진심을 다했기에 기적이 이뤄졌다”며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라고 했다. 한국드라마, 한국의 이야기도 정점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챕터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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