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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文정권 종부세의 3大 치명적 잘못

기사입력 | 2021-11-30 11:39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① 사전 대처 막은 징벌적 과세
② 감내 범위 벗어난 과속 인상
③ 주거 안정 해칠 평가益 기준

대응 기간 10개월 운운 말장난
거미줄 효과로 전국으로 확산
집을 근심거리 만든 나쁜 세금


역사적으로 세액과 세율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유럽을 지배하던 프랑스와 스페인도 현실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인상한 세금이 패권을 잃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언론이 문제점을 보도하지만, 집권 세력은 시가 25억 원 아파트보다 쏘나타 자동차 세금이 더 많다는 얘기를 한다.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의 문제 같지만, 부동산시장은 가격과 거주 형태를 불문하고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특정 주택 또는 지역에 대한 과도한 과세는 결국 전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종부세는 3대 치명적 맹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해당 납세자들이 사전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던 징벌적 사후(事後) 과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종부세법을 개정하면서 매매 유도를 위해 올해 6월까지 10개월간 과세 유예기간을 뒀다고 강조한다. 이번 종부세는 정부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 대상자의 60%는 1주택 소유자다. 주택을 매수 또는 매도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10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이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기존 주택을 매도하더라도, 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을 고려하면 똑같은 규모의 다른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말하는 사전예고는 고가 주택은 아예 보유하지 말라는 것이다. 납세자에게 사실상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종부세는 결국 징벌적 사후 과세일 뿐이다.

둘째, 세액과 세율 인상 속도가 현재 세계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세액이 많아도, 세율이 높아도 해당 세금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는 완만하게 변하면 납세자들이 경제활동을 지속한다는 가정 아래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는 세액과 세율 인상 속도에서 감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통계적으로 대다수 한국 가정은 자산의 90% 이상이 보유 주택이다. 예를 들어, 20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가정에서도 현금 및 예금 보유가 1억 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하면 1주택자도 쉽게 1000만 원이 넘는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인상한 게 아니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2021년 종부세를 2017년과 비교해 보면 금액 기준으로 15배, 대상 인원 기준으로 3배가 늘었다. 현금 보유 비율이 턱없이 낮은 한국적 상황에서 이번 세액을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미실현소득에 대한 과세다. 부동산정책에서 중요한 기준은 주거의 안정성이다. 미국에서는 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매입 가격이다. 시가는 변동성이 큰 반면 매입가는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州)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매입가에 1% 정도의 보유세를 부과한다. 장기 보유로 인해 주택 가격이 3∼4배 올라도 처음 매수한 사람이 계속 보유하는 주택은 30년이 지나도 자신의 최초 매입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낸다. 미국이 시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시가 인상에 따른 평가이익은 미실현소득이기 때문이다. 미실현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현금이 부족한 납세자의 주거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세금고지서를 받고서 집을 팔 수도 없고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1주택자들은 벌써 내년도 종부세를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편안해야 하는 내 집이 근심 걱정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종부세의 본질은 국민의 주거 안정성을 훼손하는 미실현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더구나 종부세와 재산세를 정부에 내는데도, 급여 생활자들은 연말정산 때 세금 납부액을 소득공제 받지도 못한다. 종부세 납세자의 소득세율이 30%라고 가정하면, 이들은 종부세 납세액에 대해서도 또다시 30%의 소득세를 내야 하는 전형적인 이중과세다. 주택에 대한 세제가 이렇게 급변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세월 열심히 일해서 집을 장만한 1주택자들이 가격이 폭등했다고 이번처럼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재산세와 종부세 납부고지서를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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