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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연상호 “이런 격렬한 호불호를 원했다”

기사입력 | 2021-11-28 06:45

[서울=뉴시스] 연상호 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상호 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 ‘지옥’ 연상호 감독 인터뷰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지옥 그려”
“이때 나오는 휴머니즘이 궁금했다”
‘부산행’ 이후 쉼 없이 작품 활동 중
“영화감독이 내 일, 난 일을 할 뿐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문제작이다. 지난 19일 공개되고나서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일주일 넘게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드라마가 담아낸 이야기 또는 연출 방식을 두고 꽤나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에 관한 얘기부터 ‘지옥’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서 ‘지옥’에 10점을 준 사용자는 24.6%였고, 1점을 준 사용자 역시 7.4%로 그 비중이 작지 않았다는 점은 현재 이 작품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이번 작품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연상호(43) 감독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연 감독을 지난 25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현재 ‘지옥’이 보여주고 있는 흥행을 두고는 “이정도까진 기대한 적이 없어서 어리둥절하다”면서도 이 작품을 향한 강한 호불호에 대해선 “원했고 기대했던 반응”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이런 리액션을 의도했다”고도 했다. “관객을 보편적으로 만족시킬 이야기라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마니악하고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좋아할 거라고 봤죠. 보신 분들이 평을 어떻게 하시든, 또 이 작품을 어떻게 보시든, 격렬한 반응이 있다는 건 창작자로서 바랐던 일입니다.”

‘지옥’은 죽음을 예고하는 미지의 존재에서 출발한다. 과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너는 ㅇ월ㅇ일 ㅇㅇ시에 죽는다”고 말하면, 정확히 그 시간에 맞춰 또 다른 정체 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지옥’에선 이를 고지(告知)와 시연(試演)이라고 부른다. 이제부터 연 감독은 질문을 던진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때 등장하는 게 새진리회라는 종교 단체를 이끄는 정진수(유아인)다. 그는 이 현상이 죄 지은 인간을 벌하는 신의 계시라며 인간들에게 더 정의로워질 것을 요구한다. 이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앞서 국내 드라마 중 이처럼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했던 작품은 없었다. 이건 분명 연상호만이 줄 수 있는 충격이다. 하지만 그는 ‘지옥’을 “우리 현실과 아주 작은 차이가 만든 이야기”라고 했다. “죽는다는 건 인간의 예정된 숙명이죠.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이 작품엔 언제 죽을지 알려준다는 내용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왜 죽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없는 거죠. 이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도 인간과 조직과 사회가 움직이는 폭이 달라질 거라고 봤어요.” 연 감독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생겨나는 지옥이 콘셉트였다”고 설명했다.

이제 ‘지옥’은 이 알 수 없는 사건을 두고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인간들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정진수의 주장을 신봉하기 시작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경단을 꾸려 죄 지은 자들을 벌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건 종교 단체가 아닌 법 체계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이들은 삶을 포기해버린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그래도 인간을 믿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연 감독은 “이 모든 주장에 내가 있다”고 했다. “그들의 모든 사상에 일부분은 동의한다. 이 다양한 생각들이 사회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휴머니즘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가 말하는 휴머니즘, 제가 믿는 것이요? 글쎄요. 개인적으로 기대고 싶은 건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있다는 것이죠. 다음 세대에겐 희망이 있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우리 사회를 버틸 수 있게 해준다고 봐요. 다음 세대에게 기댈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고 바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란 건 얼마나 끔찍한가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연 감독의 자기 말 그대로 이 작품을 최소한의 희망을 남겨놓은 채 끝맺는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연 감독은 영화를 찍는 것 뿐만 아니라 각본을 쓰고 그림도 그린다. 2016년 ‘부산행’을 선보인 이후 그는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며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그는 ‘반도’(2020)를 개봉시켰고, 올해 ‘방법:재차의’ 각본을 썼으며, ‘지옥’ 촬영을 끝내고 선보이기까지 했다. 이쯤 했으면 쉴 만도 하지만 그는 현재도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쁘게 살고 있는 창작자일 것이다. 그는 이런 행보에 대해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특별한 열정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들 매일 일하시잖아요. 전 영화감독이 일이니까 제 일을 계속 하는 거죠. 전 운 좋게 제가 좋아하는 걸 일로 하고 있어요. 다행입니다. 제가 아주 재능 있는 창작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제가 가진 어떤 모양이 있다면 그 모양대로 만들어갈 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에게 최근 성과에 대한 자평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성실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현재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를 찍고 있다. 이 작품엔 배우 강수연과 김현주 등이 출연한다. 연 감독은 ‘정이’를 시(詩)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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