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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기억’… 시적언어로 형상화한 인간의 존엄과 사랑

기사입력 | 2021-11-26 10:10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6차 공모책’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이다. ‘소년이 온다’에서 5월 광주의 비극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제주 4·3의 기억을 밀도 높은 시적인 언어로 형상화하며 인간의 존엄에 대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간절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끌어가는 것은 세 사람의 이야기이다.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는 소설가 경하는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을 쓴 뒤로 반복되는 꿈을 꾼다. 눈 내리는 벌판에 묘비처럼 널린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바닷물에 잠겨가는 꿈. 경하는 그 꿈에 관한 작업을 친구 인선과 함께 영상으로 담고자 하지만, 몇 해 동안 가까스로 삶을 회복하는 사이 작업은 진척되지 못한다.

경하의 동갑내기 친구인 인선은 역사 속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오다 고령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 후로 목공 일을 시작하고, 어머니를 여읜 뒤로도 제주에서 지낸다. 그 뒤 혼자서 경하와 약속한 작업에 착수한 인선은 어느 날 작업 도중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해 서울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제주 집에 혼자 남은 새를 살펴달라고 부탁한다.

인선의 갑작스러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무작정 제주로 향한 경하는 폭설을 헤치고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4·3 때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오빠의 행적을 좇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 자그마한 체구로 제주에서 대구와 진주를 거쳐 경산을 오가며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자료를 모으고 “마침내 수만 조각의 뼈들 앞에 다다른 사람”. 그 육십 년 동안 악몽을 견디기 위해 담요 아래 실톱을 깔고 자야 했던 사람.

그렇게 정심이 보고 듣고 찾은 것이 인선에게 전해지고, 인선이 보고 듣고 찾은 것이 보태져 경하에게 전해진다. 거기에 경하가 보고 듣고 찾은 것이 더해져 우리에게 이른다.

소설은 그렇게 경하와 인선을, 인선과 정심을 이어 우리를 그 ‘뼈들’ 앞으로 이끈다. 희생자와 생존자, 증언자, 청자 혹은 작가, 그리고 독자가 서로 겹치면서 이어지고, 그럼으로써 4·3과 현재가, 광주와 제주가, 죽음과 삶이 이어진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편으로 그 연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심과 인선과 경하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모두 지금 이곳에 없는 이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응답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것이 옳거나 선한 행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 절실함이 이곳에 있을 리 없는 이를 이곳에 있을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살고 죽는 일에조차 앞서는 그 마음을,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작가가 바란 그대로, ‘사랑’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상술 문학동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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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 6차 서평 공모 도서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요즘 애들’(RHK), ‘인생의 맛 모모푸쿠’(푸른숲), ‘독서와 일본인’(마음산책)이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 12월 9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QR코드가 안내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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