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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경찰과 文정부 국민생명 경시

기사입력 | 2021-11-24 12:02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경찰의 황당한 사건 대응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소란을 부리는 위층 사람과 실랑이를 하던 피해 주민은 사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격앙된 상태의 위층 주민을 일단 본인의 집으로 올려보냈다. 이후 여성 경찰관은 현장인 3층에 피해자 및 딸과 함께 남아 있었고, 남성 경찰관은 남편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때 가해자가 칼을 숨기고 내려와 다짜고짜로 피해자의 목을 찔렀고 다시 찌르려는 순간 옆에 있던 딸이 그의 손목을 잡고 버티는 상황이 됐다.

피해자의 비명을 들은 남편은 남성 경찰을 보고 따라오라고 외치며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여기서부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전개됐다. 3층에서 칼부림 상황을 보고만 있던 여성 경찰관은 아무런 대응조치도 하지 않고 119를 불러야 한다며 자리를 피했다. 1층에 있던 남성 경찰관은 무전으로 지원 요청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이 경찰관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라서 올라가지 못했다고 변명했단다. 비명을 들으면 곧바로 달려가는 게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국민의 기대는 망상에 불과했다.

피해자 가족은 이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모두 세 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는 평소 피해자 가족에게 죽여 버리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물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를 경찰이 취하는 데는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작정 경찰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 상황을 뻔히 보고도 자리를 피해 버리는 경찰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굳이 이해하자면 현 정부의 정치철학이 경찰의 무사안일주의를 조장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2년 연속 참석하지 않았으며,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업지도선에 근무하던 공무원이 바다에 빠져 북한 해역으로 갔다가 북한군에게 사살당했을 때는 그가 월북(越北)한 것으로 몰아갔다. 해상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에는 백신을 공급하지 않아 200여 명이 집단 감염 당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들을 놓고 보면, 군 복무 중 전사한 사람들을 예우하지 않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는 집 없는 사람들이 빚을 내어 겨우 아파트 한 채 구하려 하자 대출을 막아서 계약금마저 날리게 하는 모습에 이르면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국민의 목숨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달랑 집 한 채 장만하는 것마저 방해한다면 국가가 왜 있어야 하는가. 경찰도 국민이다. 남의 생명을 지켜주려다 죽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의 사명감은 사라지고 월급 받는 직장인만 남았다. 이렇게 국가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새삼,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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