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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세제가 부른 조세 저항

조해동 기자 | 2021-11-24 11:22

조해동 경제부 부장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주요 내용’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유세(富裕稅)’로 도입된 종부세가 이제는 상당수의 1세대 1주택자도 내는 사실상 ‘보편세’로 변질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3878억 원이었던 주택분 종부세는 올해 5조7000억 원으로 4년 만에 1369%나 늘었다.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 94만7000명은 지난해 주택소유 가구 수(1173만 가구)의 7.5%에 달한다.

올해 종부세 고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1세대 1주택자 중에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문 정부도 처음에는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늘지 않도록 부동산 세법을 짰다. 그래야 “종부세 부담 급증은 다주택자에게만 한정된다”고 선전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등하자 앞뒤 재지 않고 부동산 세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최근 1∼2년 부동산 세법 개정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의 증오를 세법 개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그 세법 개정 결과가 올해 ‘종부세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다. 특히 올해 1세대 1주택자 중에서 종부세 고지를 받은 사람은 13만2000명이며, 고지 세액은 2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고지 인원은 10%(1만2000명), 세액은 66.7%(800억 원)나 급증한 것이다.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이 높아지면서 종부세는 폭탄이 아니라 수소폭탄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에 근대적인 세법이 도입된 뒤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급증은 세제를 다루는 사람에게 일종의 ‘금기(禁忌)’였다. 해방 이후 한국 조세정책사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자기가 살 집 한 채 겨우 마련한 평범한 사람에게 세금을 과하게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일부에서는 “집값 많이 올라서 종부세 내게 됐는데, 그게 억울하면 집을 팔라”고 얘기한다. 그런 말을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1세대 1주택인데 세금을 못 내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뜻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더욱이 문 정부는 집 팔 때 내는 세금인 양도소득세도 크게 올렸다. 따라서 1세대 1주택자가 현재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 간다는 것은 주거 환경이 못한 곳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세금 내기 위해 집 팔고 이사 가는 것을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증오로 만든 세제는 조세 저항으로 이어진다. 조세 저항은 대개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 문제로 비화한다. 정치적 결정으로 조세 저항을 부른 세법을 고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올해 종부세 고지 발표를 하면서 종부세 고지 인원을 갓난아이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로 나눠 “전 국민의 2%만 해당된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상 ‘정치 행위’다. 그러나 현실은 종부세가 오르면 결국 중산·서민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증오 세제가 부른 조세 저항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결국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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