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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출판평론가가 본 일본 독서문화 역사

기사입력 | 2021-11-24 10:28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6차 공모 책’ 쓰노 가이타로의 ‘독서와 일본인’

독서와 일본인 | 쓰노 가이타로 지음, 임경택 옮김 | 마음산책


‘독서와 일본인’은 60여 년간 일본 출판계에 몸담아온 베테랑 편집자이자 출판 평론가 쓰노 가이타로의 역작으로, 그는 일본의 출판문화사를 독서문화를 통해 기술하고 있다.

옮긴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15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통해서였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일본, 오키나와의 출판인들을 중심으로 한 모임인데, 출판과 독서문화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일본 측 위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독서와 일본인’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 ‘일본인의 독서사’는 헤이안 시대부터 메이지 유신 전기까지 현재 일본에 보편화된 독서 방식(“혼자, 스스로, 조용히 읽는다”)이 정착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며, 2부 ‘독서의 황금시대’는 저자 쓰노가 통과한 20세기 독서 현장을 중계한다.

고대까지만 하더라도 소수 남성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던 독서가 여성들에게도 개방되고 오늘날처럼 묵독이 보편화된 때는 ‘겐지 이야기’가 인기를 누린 헤이안 중기였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책 읽는 대중이 사회 표면에 급부상한 것은 에도 시대였다. 당시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장편소설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종의 대중소설이라 할 ‘호색일대남’은 교토 거부의 상속자 요노스케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색정에 빠진 그의 생애에 대한 여러 일화를 담은 이야기다. 어느 지역이나 대중 소설이 출판문화의 부흥을 이끄는 것일까. 이렇듯 에도 시대에 형성된 두터운 독자층과 90%에 가까운 문해율은 ‘독서 광풍의 시대’ 메이지 시대를 예고한다. 2부 ‘독서의 황금시대’에서는 다이쇼, 쇼와 시기 일본 출판업의 자본주의적 재편성과 전자책과 만화책이 종이책을 대체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까지를 살핀다. 저자가 이 시기를 ‘황금시대’라고 명명한 것은 사회 모든 계층에 독서 습관이 확산되고 다이쇼 교양주의에 힘입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상식이 정착했기 때문이다.

‘독서와 일본인’은 단순히 일본이 ‘독서왕국’임을 자랑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우월주의를 경계하며, 동아시아 역사 흐름 가운데 일본 독서문화의 성립을 고찰하고 있다. 가령 헤이안 시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서재기’에 개인적인 소회가 담긴 것은 저자가 당나라 백거이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대목이 그렇다. 또한 일본 출판업의 활황을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 특수와의 관계 속에 설명하는 부분도 눈이 가는데, 에도 시대 인쇄혁명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으로 인한 동활자 주조기 대량 약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손꼽히는 다양한 잡지의 향연이 태평양전쟁, 한국전쟁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대목은 어떤가. ‘노 재팬’ 흐름 이후 일본에 대한 피로감이 지속되고 있지만 동아시아 문화권 안에서 이뤄진 오랜 교류는 이 책을 단순한 일서로 취급할 수 없게 한다. 사상과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출판의 역사를 공시적으로 살피지 않고서는 우리의 출판도 그 방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임경택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독서와 일본인’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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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6차 서평 공모 도서는 ‘독서와 일본인’과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요즘 애들’(RHK), ‘인생의 맛 모모푸쿠’(푸른숲)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 12월 9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QR코드가 안내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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