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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적 보이콧 ‘美·中대결 구조화’ 의미… 韓 대외·대북정책 常數 부상

기사입력 | 2021-11-23 10:36



■ 김홍균의 Deep Read - 美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서방 베이징올림픽 ‘연쇄 보이콧’하면 習에 큰 타격… 중국, ‘추락’ 면하려 美에 인화성 강한 도전 할수도

美, 파트너국과 反中연합전선 구축해 中 위협에 대응… 차기정부 부담되는 文 종전선언·대북 이니셔티브 재고돼야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16일 “백악관이 이달 안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다른 미국 고위관리도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틀 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보이콧 검토 여부를 묻는 말에 “우리가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바이든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미·중 대결이 구조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처할 국제환경의 상수(常數)로 부상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는 또한 종전선언에 매달려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이니셔티브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美의 對中 포위망 옥죄기

중국 정부는 즉각 강력 반발했다. 외교부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떠한 외부세력도, 어떠한 명목과 방식으로도,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은 세계 각국 선수들의 무대고, 그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라며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 각국 선수들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올림픽의 정치화 반대, 선수 중심의 올림픽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 다른 서방 국가들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외국 정상들의 참석이 올림픽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잣대로 간주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내리는 경우 동맹 등 다른 국가에 이를 압박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들의 연쇄적인 보이콧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 의회와 영국 의회는 중국 당국이 홍콩, 티베트, 신장·위구르, 네이멍구 자치구의 인권 상황을 검증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면 EU 회원국은 정부사절단이나 외교관의 베이징올림픽 초청을 거부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국가의 보이콧이 이어질 경우 내년 하반기 제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기에 앞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구상도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배경에는 대중국 정치·경제적 포위망을 옥죄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또 올림픽을 기회로 남·북·미·중 간 종전선언 이벤트를 도모하던 문재인 정부 앞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역사의 교훈

지난 15일 화상으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은 3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공동성명 발표는 없었지만 양국 정상을 포함한 각급 당국자 간 지속적·정기적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양국 간 대립이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다음 날엔 상대국 언론인 비자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도 나왔다.

하지만 뒤이어 터져 나온 ‘외교적 보이콧’ 논란은 미·중 경쟁의 기본 성격과 골격이 변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미래 국제정치질서와 첨단과학기술을 주도할 패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흔히 미·중 경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한다. 신흥 강대국의 부상과 기존 강대국에 스며든 두려움이 전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 미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고 이는 대규모 충돌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엘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간의 역사에서 16개 사례를 연구해 그중 12개가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미·중이 전쟁을 피하려면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화한 美·中 대결

최근에는 다른 이론도 등장했다.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교수와 할 브랜즈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중국은 더 이상 ‘부상하는(rising)’ 세력이 아니라 이미 ‘쇠퇴하는(declining)’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이 자신들의 야망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간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판단하는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느 경우든 미·중 경쟁은 인화성이 크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국, 파트너국들과 반중(反中)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를 내세워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남중국해 문제를 공격하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을 출범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게 했으며, 미국 상원은 기술연구개발 및 반도체 생산 등에 총 2500억 달러의 재원을 투자하는 대중국 견제 법안인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밝힌 이후 미국 상무장관과 무역대표가 연이어 내년 초 중국에 맞서 동맹 및 우방국들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적 틀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올해 발표된 AI국가안보위원회 최종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주도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들로 구성된 신기술연합을 출범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중국과의 대결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이 체계적·구조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미·중 경쟁이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가 처할 국제환경의 상수가 될 것을 예고한다 .

◇文 대북 정책에 경고

바이든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불참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종전선언 이벤트가 무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게인 2018 평창’을 꿈꾸던 정부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임기가 끝나기 전 어떻게 해서든 대북정책의 레거시를 만들어 보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리라고 본다. 하지만 설혹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종전선언 추진 시기, 순서, 조건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을 해소한다 하더라도 과연 북한이 순순히 호응해 줄지 알 수 없다.

임기 말 무리하게 강행하는 대북 이니셔티브는 자칫 차기 정부에 부담만 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미·중 경쟁의 파고 속에 대한민국이 살아나갈 길을 찾는 데 국력을 집중할 때다.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세줄 요약

美의 對中 포위망 옥죄기 :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중국이 강력 반발. 미국에 이어 유럽 국가들의 보이콧이 이어질 경우, 3연임을 확정 짓기 앞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시진핑 주석의 구상도 타격받게 됨.

구조화한 美·中 대결 : 바이든은 美 파트너국들과 反中연합전선을 구축해 中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 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미·중 대결이 구조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처할 국제환경의 常數로 부상될 수 있음을 예고함.

文 대북 정책에 대한 경고 : 바이든의 베이징올림픽 불참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이벤트가 무산될 수 있음을 의미. 임기 말 무리하게 강행하는 대북 이니셔티브는 자칫 차기 정부에 부담만 줄 가능성이 크므로 재고돼야.


■ 용어 설명

‘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교수’는 9월 ‘포린 폴리시’에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라는 글을 게재. 두 교수는 강대국 간 전쟁은 신흥국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고 주장.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어 무력충돌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의 필연성을 분석한 데서 비롯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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