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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이재명 여당’의 文정부 손절(損切)

박정민 기자 | 2021-11-22 11:25

박정민 경제부 차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결국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포기했다. 여당 대선 후보로 등극한 후 사실상의 당수 역할을 하며 야심 차게 내놓은 공약을 스스로 접었다. 지난달 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천명한 후 그와 여당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1인당 20만 원 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곧 큰일 날 것처럼 기획재정부를 압박했다. 이 후보와 여당은 초과 세수 19조 원 중 일부를 내년에 걷어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기재부를 몰아세웠다. 세수 추계 부실을 이유로 기재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야당 못지않은 매서운 기세로 기재부를 압박했지만 결론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국민현금 살포 계획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게 된다. 위법임에도 과세 이연을 통해 현금 살포를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무모한 정책 추진도 우려스럽지만, 한 몸과 다름없는 정부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여당의 태도에 대해 국민은 혼란스럽다. 삼권분립 원칙이 있지만 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라는 공식 채널을 통해 정책을 공유·논의한다. 하지만 지금의 여당에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는 “안 된다”는 변명만 늘어놓는, 재정 여력이 있는데도 없다고 거짓말을 일삼는 무능한 집단이다.

자신들이 이 후보를 사실상의 당수로 여기며 일사불란하게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데 정부가 반대하는 상황에 분노하며 연일 기재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여당은 ‘이재명 정부’를 출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를 손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레임덕 대통령을 당과 분리시키는 게 시급하지만 과거에 비춰볼 때 여당의 행태는 그 수위가 높다. 국회 180석을 활용해 현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당 후보가 선거 기간 중 치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문 정부를 손절한다고 해서 여당이 야당 되는 것은 아니다. 문 정부의 무리한 정책에 대해 여당이 한술 더 떠온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당은 문 정부를 부정하는 행보를 이어갈 눈치다.

그들이 만든 문 정부를 부정하고 정부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정부의 정책을 국민이 믿을 리 만무하다. 일순간 거짓말쟁이, 적폐로 몰린 직업공무원들의 속은 더 쓰릴 것이다. 주 52시간제 도입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에 고통받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은 부동산 수요억제 및 임대차 3법의 도입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주범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그 고통이 컸기에 국민은 여당이 아무리 ‘아닌 체’를 해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 여당은 자신들의 과오를 만회할 수 있는 정책을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석수를 앞세워 무리한 공약을 강행하거나, 현 정부를 부정할 게 아니라 지난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대선 득표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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