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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백의종군

기사입력 | 2021-11-22 11:24

이현종 논설위원

대선을 100여 일 앞두고 정치권에 ‘백의종군(白衣從軍)’ 붐이 일고 있다. 역대 선거에 비춰보면 선거대책위원회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때인데, 앞다퉈 자리를 내놓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은 21일 국회에서 긴급 의총을 열어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당 쇄신과 선대위 혁신을 위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모았다”고 말했다. 이미 김두관, 이광재, 김영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사퇴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유승민 전 후보가 선대위의 직책을 맡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후보가 수차례 전화했지만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백의종군은 흰옷을 입고 전쟁에 나선다는 의미지만, 흰옷은 관직이 없다는 뜻으로 조선 시대에는 무관(武官)직의 징계 처분 중 하나다. 무관이 전시나 위급한 상황에 파직됐을 때 직무 중인 현 직위의 권한은 잃지만 전직 관료의 신분으로 현직을 보좌하게 하려는 처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은 여진족이 조선 병사를 살해한 사건과 임진왜란 중 선조의 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백의종군했지만, 그래도 일반병보다는 높은 대접과 녹봉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비록 직책은 없었지만 사심 없이 적과 싸웠기 때문에 후대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백의종군은 책임 회피 등 본래 의미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면서도 연일 윤석열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종인-김병준-김한길’ 합류에 대해 홍 의원은 ‘잡탕밥’이라고 폄하했다. 또 “막장 드라마 대선이 곧 온다”면서 “선진국 시대 이런 양아치 대선이 됐는지 여의도 정치 26년을 보낸 제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야당 내에서는 ‘백의적군(敵軍)’ 지적도 나온다. 여당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거리 두기를 위한 명분으로 백의종군을 택하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잇달아 사퇴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상임고문을 맡긴 했지만 사실상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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