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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단계적이지 못한 일상회복

이용권 기자 | 2021-11-19 11:37

이용권 사회부 차장

정부가 말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누구나 이전보다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 80%에 육박하는 데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보다 확진자 규모가 더 크고 속도가 빠르며 위중증 환자도 급증하면서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데 왜 이럴까. 위드 코로나 때문일까.

사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위드 코로나는 그동안 매번 정부가 반복해왔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완화 및 강화의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됐고,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듯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하게 된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이름만 바뀐 것뿐이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방역 과정 중에 내놨던 거리두기 규제 완화는 하나같이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전국을 사실상 셧다운시켰던 3차 대유행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한 정부가 지난해 10월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또 지난 7월 7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네 자릿수의 확진자를 쏟아내고 있는 4차 대유행 역시 정부가 하반기부터 완화된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하겠다고 홍보하면서 국민 방역의식을 흐렸고, 사적 모임 기준 등을 일부 완화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번 위드 코로나 시행도 유사하다. 4차 대유행 시작부터 5개월 동안 확진자 규모는 1000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지고 있었지만,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서둘렀다. 물론 위드 코로나 시행에는 이전의 방역 완화 때와 달리 높은 백신 접종률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위드 코로나 진입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거리두기와 높은 백신 접종률이 시너지를 내서 각종 방역지표가 안정된 뒤에 위드 코로나에 진입했으면 백신 효과가 더 빛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만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건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영국 등 유럽에서 이미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지난 1일부터 다중이용시설 규제를 대거 풀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신속하게 규제를 푸는 게 맞겠지만, 이후 방역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져 또다시 강한 규제가 불가피해지면 부담은 더 커진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가 ‘9월 국민 70% 접종,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 위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시행 3주째에야 부스터샷 접종 일정을 앞당기고, 병원장들을 만나 병상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을 재정비하면서 규제 점검을 시작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처음부터 대거 규제를 완화한 만큼 앞으로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위드 코로나’ 방침을 수정하고 방역 규제를 빠르게 재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정밀한 ‘단계적’ ‘점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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