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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재명의 리스크는 이재명이다

기사입력 | 2021-11-19 11:38

박민 논설위원

20대 대선은 진영 간의 혈전
승패 좌우할 30%대 스윙보터
후보 자질보다 태도에 민감

악재에 거짓과 궤변 일관한 李
신뢰 하락 막을 정치자산 부족
與 프리미엄과 尹 실수가 변수


20대 대선은 진영 간의 혈전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한쪽 진영이 궤멸하거나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은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률이 70% 안팎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웬만한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지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의 우세를 지켜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위기감으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 결국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이 35% 안팎으로 수렴됐다. 격차는 1%포인트에 그쳤다.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30% 안팎의 스윙보터다. 이들은 이념, 정당, 개인 연고에서 자유롭다. 20대와 50대, 수도권 거주, 중도성향 등의 속성이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시대교체와 세력교체에 높은 공감지수를 보인다. 따라서 정당, 중량급 정치인, 선대위 조직 등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진보와 보수가 섞여 있는 50대와 실용적인 20대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에 반응한다. 그러나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으면 변별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후보 본인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스윙보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후보의 태도’다. 이들은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리더십, 도덕성 등의 자질은 개인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 흐름을 형성하기 어렵다. 반면 후보자의 태도는 감성을 자극해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비호감도를 증폭한다. 태도에는 ‘정동영 노인 비하 발언’이나 ‘반기문 퇴주잔 논란’ 같은 해프닝도 있다. 그러나 후보의 인성이나 대국민 인식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악재와 실수를 대하는 방식이다. 스윙보터는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오해가 있더라도 오해를 초래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길 원한다. 거짓이나 궤변, 화려한 언변이나 임기응변으로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겠지만, 악재는 해소되지 않고 후보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이런 태도는 유권자를 무시하거나 ‘바보’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 후보는 그간 여배우와의 스캔들,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형수 욕설 등과 관련, 의례적 사과에도 인색했다. 상대 탓을 하거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대장동 비리에 대해서는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국정감사에서 조폭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비아냥으로 일관했다. 그럴수록 이 후보에 대한 신뢰는 하락했지만 뒤를 받칠 정치적 자산은 빈약했다. 정치적 급성장 과정에서 평가받던 행정 경험과 실천력은 대장동 비리 등 각종 개발 비리 의혹으로 평가절하됐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았다. 이 후보의 팬덤은 규모나 결속력에서 친노나 친문에 미치지 못한다. 여당과의 원팀은 요원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정치적 호재를 누렸지만 지금은 정권심판론이 정권안정론을 앞선다. 결국 이 후보의 최대 리스크는 이 후보 본인이다.

반전은 가능할까. 이 후보는 지난 17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21대 총선을 겨냥한 위성정당 창당도 사과했다. 자신의 의혹 대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을 사과하는 방식으로 태도 변화를 시도하는 듯하다. 현 정권과의 차별화는 정권교체 지지층을 흔들 수 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정조사로 행정부를 겁박하면서 매표용 재난지원금 예산을 요구하는 여당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정권 수호처라는 비판에 어울리는 표적 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윤 후보 우세로 흐름이 잡히면 여당과 정부와 사정기관의 균열과 이반은 필연이다. 다만, 윤 후보가 오만해져 이 후보의 ‘태도’를 답습하거나 국민의힘 구태 정치인들이 파리떼처럼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선거는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상대가 잘못할 때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1992년 이후 6번 치러진 대선 중 2002년 대선을 제외한 5번의 대선에서 선거 4개월 전 지지율 선두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됐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향후 3∼4주를 분수령으로 봤다. 대선이 110일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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