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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물가 급등 조장하는 공약들

임대환 기자 | 2021-11-18 11:41

임대환 경제부 차장

대통령 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접어들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경제 상황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선심성 공약도 남발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경제에 미칠 여파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금 살포식’ 공약들은 대선 이후에도 우리 경제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 대표적인 현금성 공약은 ‘전 국민 방역지원금’이다. 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을 나눠준다고 했을 때 필요한 예산만 13조 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방역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예산은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납부 유예 방식으로 이월해 내년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현실적으로 재정 상황이 어렵다고 하자, 민주당은 초과 세수가 50조 원에 달한다며 국정조사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여당이 ‘자기 정부’를 상대로 국정조사를 운운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손실보상금으로 최대 50조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가계당 최대 500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심상정 후보 등 여야 후보를 제외한 군소 후보들 역시 선심성 현금 복지 정책을 내놓은 건 대개 비슷하다.

13조 원이든, 50조 원이든 현금을 나눠 주는 공약들이 당장은 달콤해 보이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들 공약이 실현됐을 때 당장 물가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피해 방지를 위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려 있는 상황에서 ‘대선용 현금’이 또다시 살포됐을 때 물가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물가는 국가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급등하면 가계는 실질 임금의 감소로 구매력이 약화된다. 기업도 당장은 물건값이 올라 좋을 것 같겠지만, 결국 소비 주체인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계와 기업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로 연결된다.

물론 ‘현금성 공약’이 실현된다고 해서 이들 자금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지는 않겠지만, 물가에 상당한 압력을 줄 것은 분명하다.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적 재정정책이 그만큼의 경제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체험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조∼19조 원가량이 뿌려진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를 살펴본 결과 소비 진작 효과는 투입 재원의 26.2∼36.1% 정도에 그친다고 계산한 바 있다. 나머지 70.0%가량의 돈은 소비보다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쓰인 것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현금성 대선 공약이 위험한 이유는 이들 공약의 후유증을 결국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2029년이면 국가부채가 지금의 2배가 넘는 2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국회 예산정책처)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 51.0% 득표율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부정 평가가 53.0%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대선 후보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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