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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회고적 투표’ 고려해 ‘文 차별화’ 가속…이분법으로 경제갈등 극대화

기사입력 | 2021-11-16 10:35



■ 이현우의 Deep Read - 與후보 ‘대통령 차별화’ 전략

인물 중심 선거서 국정 지지도 낮으면 ‘현직 밟기’ 불가피… ‘1987 체제’ 이후엔 모든 정권이 같은 길
文, 팬덤 기대 임기말에도 30%대 유지하지만 잇단 失政 드러나… 李,부동산·코인 등 돌출 정책 이어질 듯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당 대선 후보들은 예외 없이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 선거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임기 5년 차에 탈당하는 것이 공식처럼 되기도 했다.

여당 후보의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분명 유권자의 강한 ‘회고적 투표’ 성향과 관련이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 때리기’만으로는 대선 승리를 노릴 수 없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회고적 투표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낮은 지지율에 몰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대안이라며 돌출적 정책들을 쏟아놓는 이유다.

◇왜 차별화를 할까

역대 대통령들의 ‘탈당’ 시점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임기 말 대선 시기 ‘국정 운영 지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여당 대선 후보의 지지도는 필연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직무평가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유권자가 대통령에 대한 만족 여부를 투표로 연결하는 것을 ‘회고적 투표’라 한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면 여당 후보가 그와의 차별화 선거전략을 택하는 건 당연하다. 여론에 동조해 대통령에게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물론 탈당 압박을 가하게 된다.

여당 대선 후보의 차별화 선거전략은 거대 양당체제라는 경쟁 조건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에서 대선 경쟁은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거대 양당 간 경쟁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권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나 지지도 하락은 그대로 야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한국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거대 양당 간 대선 경쟁 구도를 갖는 미국의 경우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와 ‘경제적 고통지수(misery index)’라는 두 개의 지표만으로 대선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는 양당 경쟁 구도에서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여당 후보의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대선이 인물 중심의 선거로 치러진다는 점에 있다. 통상 국회의원 총선은 후보 개인이 아닌 정당이 선거의 중심에 선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후보자 인물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전개된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다면, 여당 후보는 그와의 차별화를 통해 득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역대 정권의 대통령과 후보

‘1987 체제’ 수립 이후 6번의 사례만을 통해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의 동기와 그 효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유권자의 회고적 투표 경향과 임기 말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는 미국을 비롯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차별화 전략이 두드러진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임기 말 대통령 지지도가 낮다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도는 20%대(문 대통령은 30%대)다. 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가질 유인이 없다.

둘째로 한국의 선거에서는 ‘정당 소속감’을 가진 유권자가 적고, 집권당 평가에 따른 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많다. 여당 후보라 할지라도 정당 소속감에 호소하기보다는 현 권력과의 차별화에 기대려는 심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셋째로 여당 대선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신세’를 지지 않는다면 차별화를 택할 때 정치적 배신과 같은 부담이 적다.

차별화 시도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의 사례를 본다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만 부각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경우엔 오히려 회고적 투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패를 불렀다.

반면 새로운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지지자 집단을 동원할 수 있다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나타난다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셈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노무현 후보가 그런 사례다. 당시 노 후보가 내세운 ‘3김 정치 청산’과 지역주의 극복 슬로건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어 권력과의 차별화를 기하면서도 비전의 제시로 대선 승리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권 당시 박근혜 후보도 ‘여당 내 야당’으로 차별화하면서 경제민주화 비전을 내세워 대선 승리를 거뒀다.

◇문재인과 이재명

내년 3월에 치러질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당 이재명 후보의 차별화 전략은 어떻게 진행될까.

우선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대로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도보다 높다. 그렇더라도 임기 초반에 비하면 반 토막 난 것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 지지율은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강력 팬덤 덕분이다. 여당 내 비주류인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통령 ‘밟고 가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없다.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포함한 전반적인 국정 실정이 다수 유권자의 회고적 투표를 부를 것이란 점도 예상 가능하다.

이런 복잡한 셈법 속에서 이 후보는 자신이 집권할 경우 문재인 정부에 이은 ‘4기 민주정부’라면서도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가 될 것을 표방하고 있다. 정권의 실정이 쌓일수록 이 후보의 차별화 강도는 점점 더 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후보는 자신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대장동 비리사건으로부터 유권자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다. 현 정부 정책 계승이 아닌 이재명 자신만의 차별적인 정책 제안이 유권자의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 후보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국토보유세 신설 카드 등 ‘부동산 대개혁’을 내세운 급진적 정책을 제시했다. 낮은 2030 지지율을 의식해 가상자산 과세유예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새 갈등 구조 만들기

차별화와 대안 제시의 동시 충족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 후보는 앞으로도 돌출적 공약과 의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정치적 이분법을 동원해 국민을 갈라치기 했던 걸 넘어, 경제적 이분법을 통해 새로운 갈등 구도를 만들어내는 선거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소득이나 토지공개념에 따른 공약이 줄을 잇는 것이 그걸 말해준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장


■ 세줄 요약

왜 차별화를 할까 : ‘1987 체제’ 이후 여당 대선 후보들은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 선거 전략을 택함.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이 낮을 경우 유권자가 여당 후보에게 불리한 ‘회고적 투표’를 한다고 판단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것.

역대 정권의 차별화 : 차별화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님. 이회창, 정동영은 대통령 비판에 주력했지만 대안 제시를 못 해 대선에서 실패. 노무현·박근혜는 차별화와 함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대선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음.

이재명의 차별화 : 이재명은 文의 실정(失政)이 회고적 투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차별화 강도를 높이고 있음. 文의 정치적 이분법을 넘어 토지공개념 같은 경제적 이분법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새 갈등 구도를 만들 가능성 큼.


■ 용어 설명

‘회고적 투표’란 현직 대통령의 집권 기간 국정 운영에 대한 회고적 평가를 토대로 투표하는 행위를 말함. 반면 미래 비전과 변화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면서 투표하는 것을 ‘전망적 투표’라 부름.

‘고통지수(misery index)’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질을 계량화해 수치로 나타낸 것.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기상용어인 ‘불쾌지수’라는 말을 경제학으로 빌려와 창안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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