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시론]

궤변·꼼수로 국민 더 농락 말라

기사입력 | 2021-11-15 11:27

김종호 논설고문

형사 피의자를 靑 경제수석 임명
“국정 현안 해결 적임자” 내세워
상식마저 파괴하는 행태를 반복

‘권력 범죄’ 수사 결과도 뒤엎기
5·18 정신 ‘반듯이’ 표기도 매도
여야 후보 모두 비호감도 큰 현실


불법과 거짓을 덮기 위한 저의로 보이는 문재인 정권의 궤변과 꼼수는 임기 종료가 가까워지면서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임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재직하던 때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피의자다.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수석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다.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 하고 부하 직원 등을 질책했다고도 한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아직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국정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일 순 없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경우도 상식 파괴의 전형이긴 마찬가지다. 그는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던 2018년 문 대통령 소원이던 ‘30년 친구의 당선’을 위해 울산시장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된 형사 피고인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해 유감”이라고 했고, 여전히 감싼다. 친정권 성향의 간부들로 채워진 검찰은 최근 ‘진정 접수’를 빌미로, 느닷없이 문 대통령 친구의 경쟁 상대 관련 의혹을 당시 검찰이 덮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부정(不正)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낸 ‘진정’을 친(親)조국 성향의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다. ‘조국 수사팀’의 불법 수사 혐의를 수사하라는 지시인 셈으로, “재판 단계로 접어들어 결과를 지켜봐야 할 사건들까지 여권이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법조계 안팎의 개탄을 자초했다.

문 대통령은 중립성이 더 엄격해야 할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조차 여당 국회의원직을 겸하게 해놓고도 “선거 중립”을 강조한다. 문 정권 재창출에 나선 여당 대선 후보 궤변도 오십보백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2일 “꼼수 위성정당 창당 행렬에 가담해 국민의 다양한 정치 의사 반영을 방해하고, 소수 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설령 꼼수 창당 책임과는 거리를 둬야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대선용일지라도, 뒤늦게나마 반성·사과한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상식에 반하는 궤변과 꼼수가 적지 않다. 극소수 인사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안겨준 ‘대장동 특혜 비리 사건’을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라고 계속 우기는 일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18민주묘지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 하고 적은 것도 매도(罵倒)했다. ‘꼭’이란 뜻의 ‘반드시’라고 써야 할 것을 윤 후보가 맞춤법을 잘 몰라서 무식하게 잘못 썼다고, 이 후보 캠프는 비판했다. ‘똑바로’를 뜻하는 ‘반듯이’로 쓴 것이라는 윤 후보의 재확인에도,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잘못 쓴 게 아니라면 더 문제’라며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로, 오월 정신 모독’이라며 더 몰아붙였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 풀이한 ‘반듯이’는 ‘작은 물체, 또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다.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의 이 후보는 “음주 운전 경력자보다 초보 운전 경력자가 더 위험하다”며 윤 후보의 ‘정치 입문 4개월’도 위험한 흠으로 치부했다. 윤 후보 측은 “초보 운전과 달리 음주 운전은 엄연한 범죄다. 대선 후보로서 전과 4범인 자신의 범죄 사실을 백 번 천 번 사죄해도 모자랄 판인데 부끄러움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물론 윤 후보 또한 ‘공정과 정도(正道)’를 브랜드로 삼으면서도, ‘전두환 관련 발언’ 등 궤변으로 상식마저 거스르는 일이 없지 않다. 내년 대선은 주요 후보 모두 호감도를 비호감도가 압도하는 상황이어서 ‘누가 덜 싫은 후보인지’를 겨루는 ‘혐오 대선’으로 치러질 것이라고도 한다. 역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국제면허·모범·대리·난폭·초보·무면허·음주·역주행’ 등 운전에 빗댄 유머가 나온 지 오래다. ‘국정 운전’을 어떻게 할 후보인지 판단은 유권자 몫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농락하는 궤변과 꼼수나마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많이 본 기사 Top5

핫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