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문화논단]

‘음식점 총량제’의 종점은 디스토피아

기사입력 | 2021-11-12 11:30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선 경선 국면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음식점 총량제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 주장의 정치적 의도와는 별개로 음식점 총량제가 실제로 도입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와 이에 대한 대책을 상상해 보자.

우선, 총량제로 인해 기존의 경쟁력 없는 음식점이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대체되지 못하니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한, 총량제 한도 내에서 음식점 면허의 거래가 허용된다면 요식업계의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그 면허의 가격도 치솟아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자는 시장 진입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면허의 가격이 높을수록 불법 무면허 음식점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면허의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음식점의 자연감소분을 차지하기 위한 로비, 뇌물 등이 횡행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으로 총량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면 정부는 다시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먼저, 경쟁력이 없는 음식점을 퇴출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자의 불만을 줄일 수 있고 면허 공급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개인의 외식 횟수(또는 외식 금액)를 제한하는 방안(음식점 사용 한도제)을 상상해 본다.

음식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한다면 개인의 음식점 사용 횟수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해진 횟수 내에서 음식점을 이용해야 한다면 개인으로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업소를 우선으로 선택할 것이고, 선택받지 못한 업소는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그 수만큼 면허 공급은 늘어날 것이다. 무면허 음식점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신고포상금 제도(음식점 파파라치)를 도입해 시민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이미 시장에 진입한 음식점도 불법 음식점을 찾아내기 위해 진력할 것이므로 무면허 음식점의 급증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음식점 숫자를 줄여 과당경쟁도 없애고 맛있고 서비스 좋은 경쟁력 있는 음식점 중심으로 요식업계를 재편했다. 여기에 여러 불편을 감수한 국민을 위해 국민위로금도 뿌린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필자가 잠시 상상해 본 음식점 총량제의 미래다. 국민 서로가 감시하고 개인의 자유가 제한된 대가로 달성한 정책 목표는 과연 그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이런 모습인가 하는 질문을 여기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필자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무리한 정책은 부작용을 낳고 이 부작용을 덮기 위해 또 대책이 이어지는 모습은 우리에게 이제 낯설지 않은 만큼 불가능한 미래의 모습도 아니다. 뭘 하나 하려고 해도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국민 서로가 밥그릇 다툼의 이전투구를 벌이고 서로가 감시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통제만능사회)에 가깝다.

이제 대선 구도가 정해지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음식점 총량제와 유사한 각종 공약을 여러 정당이 쏟아낼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창의와 자유를 제한하면서 유토피아를 약속한다면 그것은 사실 디스토피아로의 지름길을 안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5년마다 이때만큼은 국민이 현명해져야 하는 시기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많이 본 기사 Top5

핫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