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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부르는 방관… ‘행동하는 양심’ 되자

기사입력 | 2021-11-12 10:2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5차 공모 大賞 - ‘방관자 효과’ 김혜진 씨 선정

방관자 효과 |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문화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책 읽기와 글쓰기 문화 증진을 위해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함께 진행해 온 ‘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5차 공모에서 ‘방관자 효과’(캐서린 샌더슨 지음·쌤앤파커스)에 대한 김혜진 씨의 서평이 대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우수상에는 ‘믿는 인간에 대하여’(한동일 지음·흐름출판)에 대한 박정훈 씨의 서평, ‘방관자 효과’에 대한 김윤진 씨의 서평, ‘완전한 행복’(정유정 지음·은행나무)에 대한 김병석 씨의 서평이 뽑혔다. 이번 공모에는 126편의 서평이 접수됐다. ‘국민 서평 프로젝트’는 6차 공모를 통해 마무리된다. 마지막을 장식할 6차 서평 도서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와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RHK), 쓰노 가이타로의 ‘독서와 일본인’(마음산책), 데이비드 장의 ‘인생의 맛 모모푸쿠’(푸른숲)다. 원고 마감은 12월 9일이다.

얼마 전 길을 걷다가 있었던 일이다. 버스정류장 옆을 지나던 중 어떤 여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순간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그 여학생이 나에게 차비나 그와 상응하는 무언가를 요구할 거라고 생각해 긴장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학생은 길을 걷다가 넘어진 할아버지가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나에게 콜택시를 불러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도로에 빈 택시는 보이지 않고, 자신은 학생이라 택시를 부르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는 버스정류장으로 갔고 그곳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고 지쳐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잘 보니 무릎 부근의 옷에도 피가 배어 나와 있었다. 나는 급히 콜택시를 불렀다. 한참을 기다린 후 택시가 도착했다. 연신 고맙다고 하는 할아버지가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서야 학생과 나는 헤어졌다. 왠지 마음이 찡해졌다.

이 일이 있고 며칠 뒤 ‘방관자 효과’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만약 그 할아버지를 내가 먼저 발견했다면 아무 계산 없이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도움이 필요한 타인에게 대부분 방관자의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뉴스 기사나 지인들의 말을 통해서 세상의 각박함을 간접적이지만 자주 접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늘 경계를 하고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길을 지나다 상처 입은 할아버지를 본다면 다가가 말을 거는 데에 주저할 것이고 누군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할아버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해도 경계태세를 풀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나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그 여학생은 다친 할아버지를 외면하지 않고 택시를 태워서 보내드리기까지 30여 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용기를 가진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방관하지 않고 용기를 가질 때 타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 줬다.

책 ‘방관자 효과’는 우리가 나쁜 행동을 보고도 침묵하며 방관자가 되는 이유를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 면에서 분석해준다. 공동체에 속한 개인은 정체성 공유를 통해 그 안에서 튀고 싶지 않은 심리를 갖게 된다. 책임감이 줄어드는 듯한 느낌은 사회적 태만으로 이어진다. 또한 도덕적 가치보다 공동체의 이익이나 추구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 올바르다는 믿음은 방관하는 태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책은 많은 뉴스 기사와 연구사례를 통해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방관자들의 침묵이 잘못됐다고 인식하면서도 그들을 무조건 비난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방관자는 악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었던 것이다. 책은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원인을 찾고 이해하면 침묵을 깨고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침묵하는 다수에 속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런 선택을 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한 마음으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의심하고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인가 고민하게 된다. 이 마음으로부터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행동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윤리의식과 도덕적 가치를 실현시킬 기술과 전략을 습득하고 타인을 향한 공감능력이 있다면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책은 말한다.

‘방관자 효과’를 읽은 우리는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침묵과 방관이 불러오는 사회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 위해 우리가 옳지 않은 일에 어떻게 대응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이 의문을 갖는 것이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행동하는 용기를 다지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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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1981년생. 읽고 쓰고 뜨개하는 것을 즐기고, 일상의 특별함을 꿈꾸는 범인(凡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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