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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뒤틀린 ‘李 경제관’ 文보다 위험하다

기사입력 | 2021-11-10 11:44

문희수 논설위원

국민 세금으로 나랏빚 갚는데
정부 빚내 소득 확대 조삼모사
식당 총량제는 창업자유 침해

文정부 실패한 공공임대 더 확대
기본공약은 韓銀 발권력도 넘봐
시즌2 땐 전체주의식 통제 국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뒤흔든다. 문 정부와 차별화한다며 특유의 정책 구상과 발언을 쏟아낸다. 대장동 의혹에서 빠져나가려는 프레임 바꾸기다. 대표적인 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다. 이 후보는 “가계부채는 세계적으로 높은데, 국가부채 비율은 너무 낮다”며 1인당 30만∼50만 원의 지원금을 더 주려고 당정을 압박한다.

그는 얼마 전에는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 원가량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치 부풀리기다. 이 가운데 31조5000억 원은 이미 지난 2차 추가경정예산 때 다 쓰고 없다. 나머지 10조 원 정도 역시 40%는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등에 줘야 하고, 소상공인 지원 등에 쓰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 이에 민주당은 납세유예 꼼수로 ‘예산 분식’까지 하며 내년 1월에 방역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서 정부조차 반발하고 있다.

이런 소동은 이 후보의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한다. 당장 세수 초과분은 국가부채를 우선 갚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또 초과 세수가 생겼다고 재정이 적자에서 흑자로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올 재정 적자는 90조 원이나 된다. 이 때문에 적자 국채 발행은 지난해(102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104조 원)도 100조 원을 넘었다.

더구나 문 정부 들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향후 5년간 증가율이 선진국 중 1위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다. 나랏빚은 정부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이 갚는다. 내년 국가부채는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는다. 1인당 1868만 원꼴이다. 이 후보는 국민이 갚을 나랏빚을 더 늘려 국민에게 이전소득을 주어 가계부채를 줄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원숭이도 웃을 조삼모사다. 이 정도로 가계 빚이 줄지도 않는다. 이치가 이런데도 이 후보는 정부 적자는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민간 자산이라는 폐쇄경제 식의 괴이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가계부채 급증 이유를 아는지부터 의문이다. 문 정부의 공공임대 중심 정책이 민간 주택 부족을 빚고, 보유세·양도세 폭탄이 입구·출구를 모두 막는 전방위 실패로 집값이 수억 원씩 치솟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게다가 임대차규제 3법은 전셋값까지 폭등시켰고, 이 때문에 전세 대출 금액과 건수가 급증했다. 이 후보는 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사과하며 ‘이재명 정부’에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공약은 공공임대 확대로 문 정부와 닮은꼴이다. 민간주택 부족이 문제인데, 중소형 공공 임대주택을 100만 채 지어 무엇을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택·소득·금융 등 그의 기본공약 시리즈는 모두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 기본소득은 1단계 1인당 연 50만 원 지급에 26조 원, 최종 3단계인 연 600만 원엔 무려 300조 원이 든다.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상위층을 겨냥한 국토보유세 신설이 있다. 캠프에선 기본주택과 주택관리매입공사 신설 공약으로 한국은행 발권력까지 넘본다. 심지어 음식점 총량제 발상엔 전방위적인 국가 통제 욕구가 스며 있다. “자살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며 국가가 필요시엔 ‘창업의 자유’쯤은 일거에 무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회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에 일단 말을 접었지만, 언젠가는 되살려 실현하려는 의중도 엿보인다.

어느새 이 후보는 ‘이재명 정부’를 기정사실화했다. 문 정부에 이은 4기 민주정부라더니 경선 한 달도 안 돼 말을 바꿨다. 정치권에선 유리하면 손을 잡고, 불리하다 싶으면 말을 바꾸고, 그것도 아니면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쑤군거린다. 화려한 언변의 변호사답다. 그러나 이 후보가 고 박정희 대통령까지 소환하며 성장이 1호 공약이라고 주장해본들 역시 문 정부 시즌2다. 그가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적도 없다. 문 정부보다 ‘이 정부’가 더 위험해 보인다. 그는 뒤틀린 경제인식에 더해, 자신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만든다며 언론 탄압과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까지 대놓고 거론한다.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는 그의 말에선 약속 이행보다 독주·독선·독단의 본능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내년 3월 9일 대선 투표일 직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전방위적인 국가통제를 희구하는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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