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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만 전자’ 불안과 삼성전자 경쟁력

기사입력 | 2021-11-02 11:30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주주 600만 명 명실상부 국민株
개인은 본원 경쟁력 주목해야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 ‘저평가’

반도체 기술 측면서도 압도적
메모리 가격 하락 설득력 없어
장기 추세 예측은 어렵지 않다


600만 명 이상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제 명실공히 국민주가 됐고, 삼성전자 주가 변화 때문에 기사들이 쏟아진다. 특히 ‘6만 전자’라는 표현처럼 다소 자극적인 기사들을 보면 600만 주주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증시에는 외국인·기관·개인이라는 3대 세력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외국인과 기관을 이기기 어렵다. 다양한 파생상품 투자를 활용하는 외국인 및 기관들은 주가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 개인들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기관들은 매월·매 분기·매년 투자수익을 보고해야 하므로 자산 운용에서 시간적 제약을 받는 반면,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들은 비교적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둘째, 매일같이 등락하는 주가보다는 해당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에 주목하는 방법이다. 주가는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을 비롯한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투자가 전업이 아닌 개인이 모든 변수를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예측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훨씬 쉬운 편이다.

그러면 삼성전자가 속해 있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보자.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약 1086조 원에 이르지만, 매출액은 겨우 25조 원에 불과하다.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TSMC의 시가총액은 무려 690조 원이지만 매출액은 55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개인용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인텔 역시 매출액은 연간 90조 원 정도이나 시가총액은 약 230조 원에 이른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경우 15조 원 매출액에 시가총액은 170조 원이다. 메모리 전문 기업인 마이크론의 매출액은 32조 원 정도이고 시가총액은 약 90조 원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자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무려 2266조 원이지만 이들의 매출액 총합은 217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단일 기업으로서 90조 원 정도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고, 향후 투자 규모 역시 150조 원에 이른다. 무선·가전·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도 매년 150조 원 이상의 매출액을 창출한다. 특정 기업의 시가총액은 미래 성장률과 이익률을 포함한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420조 원에 지나지 않는다.

해외 경쟁 기업들 대비 상당히 저평가된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의 2030세대들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빠르게 통합되는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본원적 경쟁력도 한 번 살펴보자.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투입해 속도, 전력 소모, 수명 기준에서 경쟁사 대비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10나노미터 이하 선단 공정들만 보면 TSMC의 시장점유율을 앞선다.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3나노미터 GAA(Gate-All-Around) 기술은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다. 수년 전부터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결합하는 시장 변화를 고려해 보면,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를 모두 가진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메모리 가격의 하락 문제 역시 AI와 빅데이터 시대가 시작돼 메모리 수요가 해마다 대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시설 투자를 추진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높지 않다.

특정 기업의 미래 주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장기 주가가 해당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반영한다는 사실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따라갈 수 없는 개인이라면 삼성전자의 본원적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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