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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말대로 ‘진정 하고 싶은 일’하며 살고 있어… “사랑해요”

기사입력 | 2021-10-22 10:07



■ 그립습니다 - 권영한(1940∼2021)

올해 아빠를 하늘나라에 보내며 마음을 담아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은 많은데 심장이 꽁꽁 얼어붙은 듯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 메모장에 몇 번이나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내 슬픈 감정을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함께했던 추억도 이별의 슬픔도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노랫말을 빼고 허밍(Humming·콧노래)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빠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은 ‘Flower from heaven(하늘에서 온 꽃)’이라는 내 미술 작품과 함께 담겨 있다.

2021년 5월 8일, 잊을 수 없는 어버이날을 맞이했다. 어버이날이라 엄마랑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빠가 계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위독하시다고…. 우린 바로 병원으로 출발했다. 그날따라 차가 꽉 막혀 출발한 지 20분 지났을 무렵 아빠는 많이 고통스러웠는지 우릴 기다리지 못하고 영면하셨다. 정정하던 아빠가 갑자기 3개월 아프더니 이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가신 게 믿기지 않았다.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영정사진을 고르고 사망확인서에 서명해야 하는 그런 현실이 모두 영화 속 장면 같았고 낯설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충격이 크다. 그런데도 아빠를 가슴에 묻고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빠는 유독 꽃을 사랑하셨다. 어느 날 난 “아빤 꽃이 왜 좋아?”라고 물었다. 아빠는 “꽃은 항상 그 자리에 있잖아”라고 말씀하셨다. 변하는 것이 많은 이 세상에 아빠가 나에게 꽃을 통해 던져준 메시지였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꽃은 영감이 됐다. 2018년 흐르고 있는 풍경과 바람, 꽃을 핑거페인팅(붓을 대신해 손가락으로 그리는 기법)으로 그려 ‘보통의 포착’이란 제목의 전시를 열었다. 아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들이었지만 결국 아빠는 보지 못하셨다.

아빠는 내가 연예인이 되는 걸, 또 미술 작업을 하는 걸 모두가 반대할 때 날 지지해주셨다. “우리 딸은 못할 게 없다”면서 하루를 살아도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빠가 없었다면 내가 세상 속에서 잘 어울려 살았을까? 그런 아빠가 있었기에 자유롭게 내 세상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편지를 띄운다. 아빠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지? 가끔 아빠가 보고 싶을 때 편의점 앞 아빠가 매일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어. 아빤 항상 내 곁에 있는 거지? 그렇게 믿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어. 다만 후회가 있다면 “아빤 너무 멋진 사람이었다”고 말해주지 못한 거야. 그래서 그 뒤부턴 후회 없이 모든 걸 표현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난 아빠가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고, 그걸 통해 자유를 찾았으며, 때론 미움받을 용기와 세상과 맞설 수 있는 담대함을 갖춘 아빠였어. 아빠, 사랑합니다.

가수 겸 아티스트 솔비(권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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