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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 타인을 파괴하는 나르시시스트

기사입력 | 2021-10-22 10:22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5차 공모 책’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

완전한 행복 |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엄마는 오리 먹이를 잘 만든다.’ 독자는 이 첫 문장을 보면서 이미 ‘완전한 행복’의 세계를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정유정을 읽어온 독자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래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오리 먹이’가 심상치 않다. 정체가 뭘까. ‘완전한 행복’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이야기꾼,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 불러야 할 소설가 정유정의 장편소설이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정유정은 이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악의 3부작’인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을 내놓았고, 2019년 ‘진이, 지니’를 통해 따스하고 다정한 판타지를 선보인 후, 이제 ‘완전한 행복’으로 ‘욕망 3부작’의 첫발을 딛는다. 악의 3부작을 통해 악의 본질, 악인의 내면에 깊이 천착한 그는 ‘완전한 행복’에서 지독한 자기애에 빠진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를 다루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는 자가 만들어내는 비극을 그린다.

‘완전한 행복’의 중심인물인 유나는 자신의 완벽한 행복을 위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거해간다.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유나가 행복을 정의하는 책 속의 이 문장처럼 그는 자신의 무결한 행복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작가는 그 과정을, 감춰진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하나둘 펼쳐 보이는 방식으로 담아내며, 이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가 서서히 유나라는 인물을 스스로 그려가도록 한다. 부분들을 모아 유나라는 존재를, 그를 둘러싼 세계의 모습을 맞춰가며 우리는 목격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방식으로 완성하기 위해 다른 무엇도 돌아보지 않고 내리는 선택들이 타인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그 무너진 삶의 진짜 주인들을 조명하며 소설은 그렇게 ‘행복의 책임’에 대해 묻는다. 누구든 스스로의 행복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럼에도, 무참한 소거의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정유정의 많은 다른 책들에서 그랬듯, 그들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뺄셈의 연쇄 앞에서 분투하는 이들, 끝내 휩쓸리지 않으려는 그들의 의지와 서로를 구하려는 간절한 마음, 깎이고 상처입을지언정 사라지지 않는 용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비록 그들이 선 곳이, 벗어나려 할수록 더욱 강하게 붙잡히고 마는 늪 한가운데일지라도.

인간의 심연, 깊은 어둠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완전한 행복’은 다시 한 번 확신을 주는 소설이다. 정유정이라는 대체 불가의 작가에 대하여. 그가 직조해내는 정교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와 믿음직한 세계에 대하여.

박형욱 예스24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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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 5차 서평 공모 도서는 ‘완전한 행복’과 ‘믿는 인간에 대하여’(흐름출판),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부키), ‘방관자 효과’(쌤앤파커스)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 11월 4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QR코드가 안내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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