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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가성비 게임’… 글로벌 자본 빨아들인다

안진용 기자 | 2021-10-22 11:11


‘오징어게임’ 가치 1조원 추정
블룸버그 “투자 대비 41.7배”

韓, 인터넷 등 기반시설 우월
매력적 환경에 투자문의 늘어

“OTT‘수익 독식’구조 논란도
초과이익 인센티브 모색해야”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성공을 기점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OTT) 플랫폼이 대거 한국 시장에 투자해 K-콘텐츠를 확보하는 ‘바이 코리아’가 본격화되고 있다. 적은 제작비로 최상의 결과를 내는 K-드라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고부가가치산업인 콘텐츠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수준인 한국의 환경 역시 OTT 플랫폼의 입장에서 더없이 비옥한 토양인 것을 고려할 때, 경쟁적 한국 진출은 일종의 ‘가성비 게임’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넷플릭스의 내부 문건인 ‘임팩트 밸류’(작품 평가 지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오징어게임’의 가치를 8억9110만 달러(약 1조 원)로 추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콘텐츠의 제작비는 2140만 달러(253억 원)로 회당 약 28억 원. ‘효율성’ 지표에서도 투자 대비 41.7배의 가치를 일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해외 유명 콘텐츠의 제작비를 살펴보면, 11월 국내에 론칭되는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완다비전’의 제작비는 회당 최대 2500만 달러(297억 원)다. 단 1회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오징어게임’ 전체 제작비보다 높다. HBO ‘왕좌의 게임8’의 회당 제작비 역시 1500만 달러(178억 원) 수준이고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은 1000만 달러(119억 원) 수준이다. 반면 국내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5억∼10억 원 정도. 국내 제작진이 만들어 ‘K-좀비’ 열풍을 낳은 넷플릭스 ‘킹덤’의 회당 제작비는 23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해외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배우, 감독, 작가의 개런티와 제작 인력의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다. 일례로 흠잡을 데 없는 ‘오징어게임’의 특수효과(VFX)와 컴퓨터그래픽(CG)은 국내 업체인 걸리버스튜디오가 맡았다. 한국의 솜씨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재훈 걸리버스튜디오 사장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희 인형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장면을 비롯해 줄다리기, 징검다리 게임 모두 CG와 VFX로 구현됐다.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면서 “‘오징어게임’ 공개 후 해외에서 여러 문의가 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제안으로 다음 달 열리는 해외 유명 VFX에도 ‘오징어게임’을 출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드라마의 가성비는 이미 아시아의 한류 시장에서 입증됐다. 한국보다 자본 시장 규모가 큰 일본과 중국은 각각 2000년과 2010년 초반 ‘겨울연가’와 ‘별에서 온 그대’를 저렴하게 수입해 재미를 봤다. 해외 진출 초기에만 해도 회당 2만∼5만 달러 수준이었던 한국 드라마의 몸값은 그 가성비에 매료된 업체들의 입찰 경쟁 속에 30만∼40만 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또한 해외 OTT 플랫폼이 바라볼 때, 한국 시장 자체의 가성비도 좋다. 미국 퓨리서치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4%로 세계 1위고, 인터넷 보급률 또한 96%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1년 인구 2억 시장인 브라질에 진출하며 OTT 콘텐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초고속 통신망 설치를 지원하는 등 콘텐츠 외적인 노력까지 병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반 시설이 갖춰진 한국에서는 오로지 콘텐츠 투자에만 집중하면 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외 OTT 플랫폼은 가성비가 좋은 한국 시장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OTT의 수익 독식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고 K-콘텐츠의 위상 또한 달라진 만큼, 향후에는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나눠 받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국내 창작자들 입장에서도 글로벌 OTT에 공급돼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대단한 메리트이자 가성비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결국 글로벌 OTT를 활용한 문화 확산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에서 K-콘텐츠가 수혜를 입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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