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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세계 문화유전자 된 한글

기사입력 | 2021-10-08 11:39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선조들의 역사와 나의 오늘을 잇고,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어는 민족의 얼이 담긴 이 땅의 유전자이다. 그리고 한글이 없었다면 역사는 방대히 기록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문화유산 또한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는 문화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승한다는 점에서 ‘문화유전자’이다. 문화유전자의 힘은 위대하다. 민주적 정신으로 창제된 한글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민주주의 제도를 정립하고, 민주주의적 태도로 결집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음을 절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처음 맞는 이번 한글날에는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글의 장구한 역사를 짚어보고 그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서 숙고할 계기도 많았다. 지난 9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유엔총회를 찾았다. 방탄소년단의 공연과 한국어 연설을 지켜보며 벅찬 감동을 받았다. 전 세계인에게 한국어로 전하는 연설 자체가 주는 감동도 컸지만, 한국문화가 미래 세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실감한 덕분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적 위상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영화·드라마·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국어와 한글은 이제 더 이상 우리만의 언어와 문자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체부는 지난 2007년에 3개국 13곳에 처음으로 세종학당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82개국 234곳으로 확대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나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언어가 곧 문화유전자임을 생각하면, 향후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공감과 이해가 더욱 폭넓어질 것이란 기대 또한 커진다. 기대는 곧 희망이다. 최근 언어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3년 동안 21종 약 20억 어절의 국어 말뭉치(빅데이터)를 구축해 관련 산업과 연구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국어 말뭉치가,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튼튼한 씨앗이 돼 줄 것으로 믿는다. 또한, 인공지능 언어처리 기술을 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와 연결하면 한국어의 영역은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 지인을 만나 놀란 일이 있다. 함께 거리를 걷는데 그가 ‘비-디-오 인-터-내-셔-널’이라고 적힌 간판을 술술 읽는 게 아닌가. 그는 한글이 매우 읽기 쉽고 한국어는 풍부한 단어를 가졌는데도 한국인들이 영어를 많이 쓰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순간 나의 언어 습관을 되돌아보고, 우리말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쉽게 통할 수 있는 우리말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는 지금, 국민의 사랑과 정부의 노력이 더해져 우리 말과 글이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유전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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