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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 건강 점검 요령

퇴행성 변화땐 미각·후각 쇠퇴
간 못 맞추고 TV볼륨 자주 올려
참을성 없고 화 잘 내도 관심을

영상 전화로도 건강체크 가능
화면 자주 떨린다면 근력 저하
평소에도 떤다면 파킨슨병 초기

올 추석 연휴에는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모처럼 마주 앉는 가족들이 늘어났다. 방역 당국이 추석을 전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 8인까지 가족모임을 허용하면서다. 어렵게 모인 가족들끼리 담소를 나누다 보면 평소에 미처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노쇠함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이번 추석에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의 몸 상태가 달라졌다면, 의료진에게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게 좋다.

◇입맛 달라졌거나, 화를 잘 내셨다면 치매 의심 = 노인 치매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오랜만에 만났던 부모님에게서 치매 증상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확인해보자. 이번 명절에 어머니의 음식 맛이 변했다고 느낀 경우, 퇴행성 변화 초기에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두 번째는 TV 볼륨이 커지는 것으로,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TV 소리에 대한 이해력이 낮아져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세 번째, 낮잠이 많아지고 낮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게 흔히 보이는 초기 증상이다. 또 성격의 변화와 관련해 기존과 달리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런 성격 변화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이다. 길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시공간 기능 저하에 따른 것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나타난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매 환자가 15분에 1명꼴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79만 명이었으며 2024년 100만 명, 2039년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종류가 70여 가지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며 이 중 약 10%는 치료가 가능하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조기 치료 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3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고, 시설 입소 시기도 2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명절 이후에도 전화로 확인 = 근감소증도 노년에 자주 발생하지만 쉽게 지나치기 쉬운 질병 중 하나다. 근감소증이란 노화에 따른 근육의 양 감소와 근 기능의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걸음이 느려지고 앉았다 일어날 때 이전보다 힘이 들거나 관절통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운이 없고 쉽게 피곤해 자주 눕게 되며 골다공증 발생 빈도도 잦아진다. 특히 근감소로 낙상 시 골절, 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모님의 근감소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번 명절에 뵌 부모님의 모습에서 앞의 증상들을 찾아볼 수 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짧은 명절 연휴 동안 부모님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기 어려웠거나 이번 추석에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제안한 건강상태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먼저 부모님이 스스로 영상통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지, 영상통화 화면이 자주 흔들리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다. 간단한 영상통화 방법을 수차례 설명해도 어려워하신다면, 집중력이나 이해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저하의 초기 증상일 수 있고, 혹은 시청력의 감퇴 신호인지 봐야 한다.

또 영상통화에서 떨림이 자주 느껴질 경우 스마트폰 무게로 인한 것이라기보다 근력 저하나 불수의적인 떨림일 수 있으니 영양 상태나 복용 중인 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부모님께 가만히 있을 때도 떨림이 생기는지 여쭤봐야 하며, 평소 행동이 느려지고 자주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단순 수전증이 아니라 파킨슨병에 의한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전보다 부모님의 얼굴 살이 빠진 것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생겼다는 뜻일 수 있다. 볼살이나 턱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근감소증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영양 섭취가 골고루 이뤄지지 않으면 얼굴의 피하 지방이 빠지고 음식물을 씹는 저작 능력이 떨어지면서 턱 근육이 빠져 얼굴이 갸름해 보인다. 이때 턱 근육과 함께 저작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돼 삼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