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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공동체의 힘…손 맞잡은 ‘우리’가 있어 든든하다

기사입력 | 2021-09-10 10:33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최근 유럽의 젊은 사상가로 새롭게 떠오른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의 ‘휴먼 카인드’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을 제치고 인류의 조상이 된 이유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는 통념이 오해이자 편견임을 설명하면서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정책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을 덮고 생각해 봤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선의로 타인을 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다수 우리 이웃은 선량하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고 기꺼이 고통을 나누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지역 주민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며 이런 믿음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생 초기 마스크 부족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했다. 구하기 힘든 일회용 마스크 대신 천 마스크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 마스크 제조에 나설 주민들이 과연 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면마스크 의병단’ 모집 시작 1시간도 안 돼 계획 인원을 초과했다. 꼭 동참하고 싶으니 인원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지난 4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뭉쳤다. ‘백신 의병단’은 백신접종센터 업무를 보조하며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수고를 덜어줬다. 앞서 면마스크 의병단의 경험과 신뢰가 백신 의병단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더 ‘이기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위기 앞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연대와 협력을 보여주고 있다. 불신과 배신을 전제로 한 정책보다 신뢰와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정책들이 공동체 사회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한 미국 뉴욕시의 치안 실패, 노르웨이의 바스퇴위 교도소 사례 등을 통해서다.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메리카 원주민 라코타족 언어로,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언제든지 나를 위해 손을 내밀어 줄 ‘우리’가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값진 자산이 아닐까 싶다. 타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줄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타인에 대한 선의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줄 든든한 방패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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