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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차장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을 두고 금융권에서 말이 많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5%로,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하락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넘쳐나는데, 당황스러운 통계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소상공인 정책자금 연체 금액이 2204억 원으로, 2016년 집계 이후 최대라고 한다.

‘통계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213조 원에 달하는 기업 및 소상공인의 대출금 만기와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 준 조치에 대출 부실이 가려졌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통계 착시라는 지적에 마땅히 변명할 말도 없다. 얼마 전에는 부동산원이 통계 표본을 늘리자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전월보다 무려 19.5%나 상승했다. 지난 4년간 17.0% 상승에 그쳤다고 밝혀 온 정부 발표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그동안 정부 통계가 모두 엉터리였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통계에 대한 왜곡 논란이 많다. 주로 소득과 일자리 등 현 정부가 민감해 하는 분야에서 논란이 잦다. 이런 통계 불신은 2018년 벌어진 갑작스러운 통계청장 교체 이후 확산했다. 소득분배 및 고용이 악화했다는 정권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공교롭게도 임명된 지 1년여밖에 안 된 통계청장이 친정권 성향의 인물로 교체됐다.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은 물러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정권을 향해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후, 통계청은 소득통계나 비정규직 통계 조사, 경기 정점 판단 등 여러 지점에서 통계 불신을 자초했다.

통계는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만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통계(Statistics)의 어원은 국가를 의미하는 라틴어 ‘status’ 혹은 정치가를 의미하는 ‘statist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통계라는 단어 자체에 ‘국가’와 ‘정치’가 개입돼 있음도 분명하다. 그래서 통계는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사회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도 크다. “세상에는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통계 오·남용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통계 조작의 위험성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가 그리스다. 2000년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가입을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에 달하던 재정적자 규모를 6.0%라고 속여 발표했다가 들통나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1853년 발발한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에서 부상자들을 돌봤던 나이팅게일은 통계를 통해 병원 위생 상태가 환자 사망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병원의 획기적인 위생 개선을 끌어냈다. 이 정부에서 나이팅게일 같은 위인이 나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통계를 왜곡하지나 말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