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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문화부 차장

대선(大選)을 앞두고 미디어를 통제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시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속도를 늦추거나 속내를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너무 노골적이어서 놀라울 정도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그렇다. 일방통행에 속전속결이다.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의소위원회를 연 이후 18일 안건조정위원회 ‘꼼수’ 처리, 19일 전체회의 통과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25일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내외 언론단체와 학계가 잇달아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세계신문협회가 “이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사실상 자유로운 비판적 토론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언론학회 회장단이 “언론 자유를 그토록 외쳤던 현 집권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비판해도 소용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KBS의 수신료 인상안을 거들며 공영방송을 쥐고 흔들거나, 6개월간 표류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 친여 편향성 논란이 있었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위원장으로 뽑은 것은 여론 수렴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태다.

여기에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회를 친여 인사들로 차곡차곡 구성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문진 이사 9명을 선임했고, 이달 안에 KBS 이사회 11명도 선임할 예정이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이 여당 추천이고, KBS 이사회 11명 중에는 7명이 여당 몫이다. KBS 이사회와 방문진은 각각 사장의 임명·해임권을 가지고 있는데 여당 성향의 이사회로 얼마든지 공영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언론을 장악하려는 권력의 몸부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던 일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진영은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임 과정을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그게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다. 여·야 나눠 먹기 식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고 대신 시민 참여의 공간을 넓히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작 이 법은 10년 가까이 논의만 되풀이하면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돌려드리겠다”고 했지만 선언적 메시지에 그칠 뿐 이를 제도화하는 논의는 조금도 진전시키지 못했다. 만약 언론개혁이 그렇게 시급했다면 ‘공영방송의 구조적 개편’을 위한 법안 개정에 더 힘을 쏟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거리를 두는 반면, 한국기자협회 창립 축사에선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말해 야당으로부터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관훈클럽 등 언론 7단체는 문 정부의 언론 ‘내로남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답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