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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것들?… 대접 못할망정 무시는 말아주세요”

이승주 기자 | 2021-08-05 10:23

그래픽 = 하안송 기자



■ 문화일보 연중캠페인 - 존중합니다 I Respect You

⑦ 존중 원하는 MZ세대 직장인들 <끝>

술 강권하며 “많이 마시는 것도 업무능력”… 잠시 자리 비워도 “예의가 아니다”
실적 부진하다고 보고서 찢고 “능력 없으면 애원이라도 해라” 폭언… 결국 퇴사하기도
“여자애가 왜 그래” 성차별 발언 여전… 외모평가·결혼여부 질문도 많아
‘님’호칭 문화엔 찬반 엇갈려…“존중 분위기 조성에 도움” vs “그저 형식일 뿐”


“정규직이 될 수 없는 단순 체험형 인턴을 반강제로 회식자리에 데려와 분위기 띄우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고 정말 ‘존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7일 정보기술(IT)·통신·게임·스타트업 업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 직장인이 말하는 존중’에 대한 심층 집단 인터뷰에서 이동통신 업계에 종사하는 A 씨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조직 내 악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회식 때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 인턴 내숭 떨더라’는 식으로 말하는 선배들을 보고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20대 직장인 B 씨도 부서 회식 등 술자리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부서 회식자리에서의 고충을 토로한 친구가 있었다. 술을 강권하는 것은 기본이고 2차, 3차로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할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다른 선배에게 연락이 와서는 ‘윗사람들이 있는 회식 자리에서 무턱대고 자리를 비우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다시 술자리로 불러냈다고 하더라”며 “‘억지로 술을 마시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도 하나의 업무 능력이라는데 이렇게까지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게 맞느냐’고 울부짖는 친구를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B 씨는 경험·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그는 “업무 상대방이 제가 어리고 신입이라는 이유로 대번에 상급자를 찾는데 굉장히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대놓고 술을 많이 마신 상대랑 일하기 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아 황당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역대급 취업난을 뚫고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MZ세대는 입사 과정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을 자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사 1년 차인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C 씨는 “지금 회사에 입사하기 전 다른 회사 면접에서 면접자들이 일렬로 걸어 들어간 후 면접자 대표가 ‘전체 차렷! 인사!’를 외치면, 앞에 앉아 있는 면접관들을 향해 다 같이 인사한 적이 있다”며 “같이 일할 직원을 대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초등학생 정도로 대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업계에 있는 D 씨는 “취업을 준비할 때 어떤 기업에서 1명을 뽑는 자리가 있었다. 지원자들끼리 오픈카톡방을 통해 합격 정보를 공유하는데 합격한 사람이 없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며 “알고 보니 대화방에서 말을 안 하시던 분이 합격한 것으로 확인돼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취업준비생들이 합격·불합격 공지나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텐데 어떤 안내도 없었다는 부분에서 취업준비생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중 한 명은 지인이 직장 내 폭언을 듣고 사직한 사례도 소개했다.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30대 초반 김현수 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관뒀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보고서를 찢고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실적 평가 때 각종 폭언을 일삼은 상사를 견딜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이 안 되면 가서 애원이라도 해라. 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어린애보다도 못하냐”는 상사의 말은 퇴사한 지금까지도 김 씨의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다. 그는 “‘밥값도 못하면서 이런(급여·휴가 등) 건 꼬박꼬박 챙긴다’고 할 땐 모멸감을 느꼈다”고 울분을 토했다.

본보가 지난 7월 14일부터 26일까지 MZ세대 50명을 대상으로 ‘구글 독스’를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비슷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조직 생활에 대한 희생과 강요를 요구한 존중 부족 사례가 많았다. MZ세대는 공통적으로 “요즘 젊은 직원들은 열정이 없다. ‘칼퇴’를 밥 먹듯이 하네” “회식자리, 회사에 대한 태도가 우리 때랑 달라” “네가 막내니까 좀 희생해라” “네 나이 때는 다 그렇게 하는 거야” 등의 얘기에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상사가 회식자리에서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거나 커피 심부름 등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시키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는 잘하는데 넌 왜 못하니?” “잘 못 하면 그냥 시키는 거라도 잘해” “이게 최선이니?” 등의 말은 MZ세대 마음에 멍이 들게 했다.

성차별적 발언들도 여전한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여성들은 특히, “여자랑 일하면 피곤하다” “여자가 술을 따라야 맛이 좋아” “성형해서 돈 많은 남자 꼬셔” “너는 여자애가 왜 그러니” 등의 발언에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외모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특히, 외모 평가나 연애·결혼 여부 등에 대한 관심은 그 의도가 좋든 나쁘든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업들이 앞다퉈 채택하고 있는 ‘님’ 문화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렸다. 이들 중 일부는 조직에 존중 문화가 자리 잡는 데 님 문화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호칭만으로 직위를 알기 어려워 상대에게 더욱 집중하는 등 형식적인 부분이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B 씨는 “님 문화가 평등과 존중의 해결책은 결코 아니지만 형식상으로라도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같은 팀이나 주변 동료보다 다른 부서 사람과 처음 업무를 같이할 때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님 문화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컸다. C 씨는 “같은 팀, 같은 부서 안에서 직위는 물론 연차, 호봉까지 다 아는데 ○○님으로 부르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D 씨도 “조직에 오래 몸담고 계신 부장, 차장 등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님 문화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분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그들의 경험이나 연륜을 존중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리스펙트팀)= 손기은·김성훈·정유정(사회부), 안진용(문화부), 이승주(산업부), 송유근(경제부), 권승현(전국부), 송정은(정치부)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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