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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깔봤다”… 우발적 살인 이유는 대부분 ‘반말’ 이었다

손기은 기자 | 2021-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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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건기사 분석


“그가 나를 깔봤다(He disrespected me).”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 35년에 걸쳐 살인죄로 수감 중인 범죄자에게 범행 동기를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다.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모멸감을 느끼고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수시로 강력 사건이 발생하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존중의 부재가 가져온 ‘반말의 비극’이다.

22일 문화일보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이용해 지난 10년간의 사건 기사를 분석한 결과, 우발적인 살인 사건의 상당수가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발생했다. 범행 방식과 장소, 범죄자의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막말에 분노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살인 피의자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할 때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상대에게 적개심을 표출하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기사 속 수많은 ‘을’들은 인간 대접을 못 받는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서울 강북구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모 씨는 한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머슴’ ‘종놈’ 등의 폭언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장님’들과 재벌 2·3세들도 “나는 우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갑질을 하다 신문 사회면을 정기적으로 장식해 왔다. 동시에 뿌리 깊은 ‘하대 문화’ 속에 서비스직 노동자, 부하 직원, 하청업체 직원 등에게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인에게 경어를 쓰는 등 존중의 시민성이 형성되면, 반말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리스펙트팀)= 손기은·김성훈·정유정(사회부), 안진용(문화부), 이승주(산업부), 송유근(경제부), 권승현(전국부), 송정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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