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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동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은근한 갑질’ 부추겨”

김성훈1 기자 | 2021-07-15 10:37


■ 문화일보 연중캠페인 - 존중합니다 I Respect You

- ‘대리사회’ 책 펴낸 김민섭씨

타인의 운전석이란 ‘乙 공간’
존중의 주체로 인식 힘들게해
‘아저씨 - 사장님’ 호칭도 문제


“온전한 노동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은근한 갑질’을 부추깁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한 경험을 담은 책 ‘대리사회’(2016)의 저자 김민섭(38·사진) 작가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리기사 직종이 직업적 존중을 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시간강사의 열악한 현실을 폭로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2015) 출간 후 대학을 떠나야 했던 그는 먹고살기 위해 2016년 5월부터 타인의 운전석에 앉았다. 올해로 대리운전 6년 차인 김 작가는 “‘대리기사는 평생 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잠깐 일하다 그만둘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손님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투잡일 것’ ‘본업에서 돈을 잘 벌지 못할 것’ ‘열심히 사는 사람’ 등 새로운 스테레오타입을 파생시킨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특히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을의 공간’이 직업적 존중의 주체가 돼야 할 대리기사 자신을 위축시킨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첫 손님은 나를 ‘아저씨’, 나는 그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면서 “나의 호칭조차 결정할 수 없는 현실은 대리기사 종사자들마저 직업적 존중의 바탕이 되는 소명의식에서 멀어지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온전한 노동을 인정받는 ‘전업’ 대리기사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직업적 존중을 받기 위해선 대리운전 종사자들부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물론 대리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고 해서 감정까지 대리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손님들이 변하기만 바라지 말고 종사자들이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작가는 “단적인 사례지만, 여전히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출근하며 전국 팔도의 길을 꿰뚫는 프로 대리기사들이 있다”며 “직종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앞장서 일하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특별취재팀(리스펙트팀)= 손기은·김성훈·정유정(사회부), 안진용(문화부), 이승주(산업부), 송유근(경제부), 권승현(전국부), 송정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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