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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직원 80% 우울증 위험…상호 존중하는 문화 확산시켜야”

권승현 기자 | 2021-07-12 10:19

문화일보 권승현 기자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20다산콜센터 악성민원팀에서 상담 체험을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문화일보 권승현 기자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20다산콜센터 악성민원팀에서 상담 체험을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문화일보 연중캠페인 - 존중합니다 I Respect You

- ‘감정노동자 보호’ 전문가 해법

공무원 민원부서도 고통 호소
“우리가 욕받이냐… 개선 시급”


콜센터 종사자 10명 중 8명이 우울증 증세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을 ‘갑질’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비단 콜센터 직원들뿐 아니라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사람의 고통이기도 하다.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나아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국민연금공단,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한국철도공사 등의 콜센터 노동자 139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11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0.3%가 우울증 위험군(우울증 평가 척도 ‘PHQ-2’ 기준)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감정노동센터 연구에 따르면 콜센터 종사자들의 우울은 높은 수준의 감정 부조화와 열악한 보호체계에 그 원인이 있다. 감정 부조화는 드러난 감정과 실제 감정의 부조화 경험을 일컫는다. 120다산콜센터의 한 상담원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정중하고 상냥하게 답변해야 한다는 게 정말 힘들다”며 “마음 같아선 ‘그만하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폭언 자제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콜센터 직원들은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이 가진 감정과 표면으로 드러나는 감정이 일치해야 갈등과 불안감이 생기지 않는다”며 “감정 부조화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일어날 경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시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원의 이직률은 68.5%로, 전체 노동자 평균 이직률(5.1%)의 13배가량으로 높다.

이는 비단 콜센터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기관의 민원 담당자를 포함한 감정노동자가 겪고 있는 문제다. 지난 5월 서울시 직원 내부 게시판에는 민원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건의 글이 올라와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게시자는 “요금과는 민원부서입니다. 외부 전화가 많이 오는데 몇몇 민원인은 욕을 차지게 합니다. 그런데 자동녹취기능이 없어 민원인의 욕설을 그냥 받아주기만 합니다. 욕을 하는 민원인 때문에 우는 주임님이 한둘이 아닙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직적, 위계적 문화가 남아 있어 감정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다. 법적 제도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결국 근시안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상호 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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