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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선으로 인간성에 질문 던져…과학의 역할 다시 깨닫는 게 중요”

박동미 기자 | 2021-07-09 10:34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2차 공모 책 ‘클라라와 태양’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인터뷰


“한국은 미래 지향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젊고 현대적인 나라죠. 그곳에서 내 책이 읽힌다는 건, 신나는 일입니다.” 올해 새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민음사)을 선보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사진)는 이 소설의 한국어판 출간에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현재 영미 문학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그는 “한국에서 읽히는 책들의 대열에 함께해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소설의 배경은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과 어울려 사는 가까운 미래. 그러니 누가, 어디에서 읽어도 유의미하지만 ‘미래 지향적’이고 ‘젊고 현대적인’ ‘지금, 여기’에서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은 남다른 좌표를 그리게 될 것이다. ‘클라라와 태양’이 문화일보·예스 24 공동기획 ‘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의 2차 리뷰 도서로 선정된 것을 기해, 지난 4월 진행했으나 지면에 싣지 못했던 그와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AI 로봇 클라라와 몸이 아픈 소녀 조시의 우정과 이를 둘러싼 갈등을 그린 소설인 ‘클라라와 태양’은 본래 동화가 될 뻔했다. 그러나 이시구로는 소설가인 딸 나오미의 “아이들이 읽기엔 너무 슬프다”는 평에 독자를 다시 설정했다. 책은 성인용 소설이 됐으나, 당초 로봇(클라라), 인간(조시), 자연(태양)을 중심에 두고 상상했던 이미지 덕인지 동화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흔히 ‘우화 성격의 과학소설(SF)’이라는 규정은 출발이 동화였기에 얻어진 것일지도. 이시구로는 “클라라는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같다”면서 “무엇보다 클라라가 어린아이 같은 희망을 가졌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클라라가 세상의 선함(something good)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길 바라며 썼어요. 어떻게 보면 더 어두운 이야기가 됐는데…, 흥미롭게도 딸이 읽어보더니 동화일 때보다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라고 하더군요.”

소설 속은 코로나19 하의 지금과 흡사하다. 아이들은 모두 집에서 원격 수업을 받는다. 이미 상용화 가능 단계라는 유전자 편집이나 AI 로봇의 보급 등 일상의 풍경도 아주 놀랍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이시구로는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 집필을 끝냈으니, 지금 상황이 반영된 듯 보이는 건 순전히 우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미래를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해 준 거대한 경고”라고 덧붙였다. ‘클라라와 태양’은 AI의 시선으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을 포함하는데, 이 연장선에서 이시구로는 ‘과학’의 역할을 다시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배웠죠. 그런데 1년 만에 백신이 만들어졌다는 건 기적이죠. 과학이 아니었다면 출구를 기대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는 네 살 무렵 영국으로 건너간 일본계 영국인이다. 1960∼1970년대 일본으로부터 공수한 책과 잡지, 영화 등을 통해 일본을 배웠다. 그는 “늘 조부모님이 무엇을 하시는지,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상상’했다. 고속철이 생기고 도쿄올림픽(1964)이 열리는 뉴스를 보며, 내가 알던 세상이 SF 배경처럼 변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로서는 일본 소설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는 오즈 야스지로(小津安次郞),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같은 감독들의 영화엔 감명받았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등 일본 대표 작가들에겐 여전히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새로운 세대의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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