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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1985兆 외면하는 무책임 국정

기사입력 | 2021-04-08 11:54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 처리했다. 이 국가결산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는 국가부채와 국가채무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관리재정수지는 112조 원 적자(赤字)로 사상 최댓값을 기록했다.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약 1985조 원으로 전년 대비 13.9%에 해당하는 241조 원이나 급증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지난해 1924조 원)을 초과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부 당국의 설명은 한마디로 말해 ‘별 문제없다’이다. 선진국의 국가부채 수치에 비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든지, 국가부채 증가 원인에 의해 향후 계속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든지,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부채를 대폭 감축한 정치적 의지와 경험이 없다든지 하는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설명과 달리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의 문제는, 단순히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의 규모가 크다는 데 있지 않다.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들의 증가 원인을 검토하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며, 이러한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해 국가부채의 감축을 위한 로드맵이나 정치적 책임과 의지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가 매년 100조 원 이상씩 계속 늘어나는 구조인데도 이에 대한 별다른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의 급증은 미대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키우고 활발한 투자에 제약 조건을 만들며, 이자 부담을 키워 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신축성을 저해하고,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 거시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아지며 기업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에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고 기축통화국이자 안정적인 경제구조와 국가부채 감축의 경험을 가진 선진국들과 단순 비교하는 논의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부채에 대한 관리지표를 현행 국가채무에서 재무제표상의 국가부채로 바꾸고 그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공표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정부회계의 발전에 따라 경제적으로 더 타당하고 경제정책으로서 의미가 더 직접적인 국가부채를 강조하는 추세다. 단순한 채무관계에서 발생한 경제적 부담인 국가채무보다 국가가 향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인 국가부채가 진정한 의미의 미래세대 경제적 부담에 가깝다. 이 점에서 재무제표상의 국가부채를 재정 건전성 관리지표로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정부는 중장기적인 국가부채 관리계획을 짜고 이를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현행 국가채무 관리계획과 유사한 중장기 국가부채 관리계획을 세워 향후 행정부의 임기 중에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부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감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지출의 성격이 현세대의 소비 확대를 위한 것이라면 근본적으로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를 멈추고 현세대에 대한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실현 가능한 증세 방안 논의를 통해 국가부채의 급증을 막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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