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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北대학이 증명한 核의지

김석 기자 | 2021-04-08 11:38

김석 워싱턴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읽던 기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문장이 있었다. ‘최근 북한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 연구 논문에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연구가 포함됐다. 이는 북한 대학들이 대량파괴무기(WMD)와 관련된 국가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대목이었다. 보고서는 대학들이 진행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연구 논문의 간략한 내용을 2페이지 분량의 부록으로 다루고 있었다. 부록에서 소개한 논문 중 김일성대학 연구소 논문은 ‘리튬6 수감요소를 이용한 중성자 검출기에 대한 연구’와 ‘원자로 구조물 진동 측정장치의 특성개선’ ‘수자(디지털) 지진분석에서 지진파와 폭발파를 식별하는 한 가지 방법’ 등 3건이었다. 김책공대의 경우 터널 공사와 관련한 지질학 및 역학 관련 연구 4건이었다.

기사를 쓰고 나서 과연 다른 논문들은 더 없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김일성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해봤더니 매년 4차례 발간되는 학보에 핵과 관련한 또 다른 연구논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북제재위가 핵무기 프로그램 연구로 지적한 논문들이 실린 2020년 학보에도 핵 관련 다른 연구 논문들이 있었다. ‘원자로 랭각재 루실 감시용 음향신호 증폭기의 특성’ ‘원자로 잡음모의 장치에 대한 연구’ 등이었다. 2018년에도 핵 관련 논문이 학보에 실렸다. ‘방사성 먼지 립자들의 크기 분포 결정’ ‘핵에 대한 중성자 핵반응에서 자름 면적 계산을 위한 준위밀도 맞추기 방법’ ‘ 가압 경수로 로심의 제1순환 연료 장입 최량화에서 유전알고리듬의 응용’ 등이었다. 이 논문들의 근본적 문제는 북한 전력 공급 중 원자력 비율이 0%라는 점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는 전력 생산용이 아닌, 기존 5메가와트급 원자로와 함께 핵무기 연료를 얻기 위한 시설이다. 북한 경수로 건설과 가동은 핵무기 연료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 대학들의 핵 관련 연구는 결국 핵무기 연구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또 이들 논문은 다른 논문들과 달리 서문을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개발 교시로 시작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에 대학까지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북한은 과거와 현재 핵 개발에 주력해온 것은 물론 미래 핵무기 개발 연구와 기술자 양성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허언임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와 제재 완화를 요구 중이다. 문 정부는 남은 임기 1년 동안 좌초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더욱 집착할 것이고, 북한은 이 기회를 틈타 핵 고도화와 한·미 동맹 이간질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파탄 난 이념을 수호하느라 현실을 호도하는 좌파 운동권 정권이 가져올 또 하나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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