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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천안함 北소행’ 선언은 軍통수권자 기본

기사입력 | 2021-04-02 11:53

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 前 대북감청부대장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 전사자 55명을 추모하는 제6회 서해수호의날 추모 행사가 3월 26일 제2함대사령부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그런데 일주일 만인 4월 2일, 천안함 폭침 원인을 재조사하라는 진정을 받아들인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 위원회’가 국민 분노가 비등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각하하긴 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약 주고 병 줬단 말인가? 대통령 직속 규명위원회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긴급회의를 연 것은 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추모 행사 참석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재조사 진정 자체가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노린 것인지 국민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천안함 용사를 3번 죽이는 일이다. 폭침으로 전사했는데, 평창동계올림픽 때 천안함 폭침 주모자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귀빈으로 참석하게 해서 또 한 번 죽이더니, 이번 재조사로 세 번째 죽인 셈이다. 규명위원회는 ‘천안함 좌초설’을 계속 제기해 법정에 섰던 사람의 진정을 수용해 지난해 12월부터 재조사를 해왔다고 한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렇게 전사자가 세 번씩이나 죽도록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규명위원회의 이날 회의에 앞서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대령은 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재조사 중지와 사과를 요구했다. 또,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도 “나라가 미쳤다. 46명의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라며 “유공자증도 반납하고 패잔병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규명위원회의 재조사는 애초 문 대통령이 막았어야 했다. 왜 대통령은 말하지 않는가. 지난해 서해수호의 날 추모 행사 때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분향소로 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인지 말해 달라고 항의하자 ‘북한 소행이란 정부 입장이 있다’고만 답변했었다.

정부의 입장이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폭침한 이후 미국을 포함한 국내외 전문가 71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의 두 달여에 걸친 조사 끝에 우리 정부가 ‘북한군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을 말한다. 당시 조사 중에 어뢰 추진체의 꼬리 부분을 건져 올렸는데, 거기에 적힌 ‘1번’이라는 숫자가 결정적인 증거였다. 이렇게 북한의 소행이란 게 정부의 입장임을 유족들에게 말해 놓고 이젠 ‘대통령 직속’ 규명위원회가 나서서 재조사를 한 의도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음모론자들은 좌초설과 미 해군 관련설 등 근거 없는 추측성 괴담을 퍼뜨려 남남갈등을 키웠다. 급기야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대표로 왔던 김영철은 기자 간담회 모두에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해 국민을 격분케 하기도 했다. 뒤늦게 각하했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천안함 폭침 원인 재조사는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란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향후에는 재조사 주장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가를 보위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만에 하나 이를 소홀히 한다면 현직 군 고위층은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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