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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협박 장소 알려줬는데 헤맨 경찰…신고자 결국 사망

기사입력 | 2021-02-24 18:30

접수→지령 전파 단계서 가해자 이름 공유 안 해 50분만에야 현장 도착…경찰 “업무 미숙”

경찰이 “흉기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의 위치와 관련된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이 뒤늦게 도착했을 때 신고자는 이미 숨진 뒤였고 경찰은 대응 과정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경기도 광명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대응 과정에 대한 감찰 중간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112신고 접수 요원은 지난 17일 0시 49분에 “이 사람이 칼을 들고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접수 요원은 신고자의 위치를 물었고 신고자는 “모르겠다. 광명인데 ○○○의 집이다”라고 답했다.

○○○는 신고자인 A(40대·여) 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B(50대·남) 씨의 이름으로 접수 요원은 A 씨와 이러한 내용의 통화를 42초간 하던 도중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코드 제로는 납치, 감금, 살인, 강도 등이 의심될 경우 발령되는 경찰 업무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로 해당 경찰서로 즉각 전파돼 현장 출동 등 업무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접수 요원이 코드 제로를 발령하자 지령 요원은 광명경찰서에 상황을 전파했는데 이 과정에서 A 씨가 언급한 B 씨의 이름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당시 광명경찰서 경찰관 21명은 접수 요원이 A 씨의 휴대전화 위치 조회를 통해 확인한 장소로 출동했지만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해 신속히 현장을 찾는 데 실패했다.

A 씨의 휴대전화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꺼져 있어 접수 요원은 기지국과 와이파이 위치를 통해 얻은 장소의 위치를 전파했다. 기지국과 와이파이를 이용한 위치 조회의 오차범위 반경은 50∼100m로 이 사건의 경우 해당 범위에 660여 가구가 있었다.

경찰관들의 현장 확인이 늦어지자 광명경찰서 112상황실은 경기남부경찰청 접수 요원이 받은 신고 전화 내용을 다시 확인했고 B 씨의 이름이 누락된 사실을 알아챘다.

곧바로 B 씨의 주소지를 확인한 결과 인근 주택으로 나타났고 경찰관들은 신고 접수 50여 분 만인 오전 1시 4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A 씨는 B 씨에 의해 살해된 뒤였다.

당시 B 씨는 A 씨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요구했고 A 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다투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B 씨는 자신이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경찰에 신고한 A 씨가 다른 남자에게 전화한 것으로 착각하고 격분해 A 씨를 둔기와 흉기로 마구 공격해 살해했다.

경찰은 A 씨 시신의 상태와 B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A 씨가 신고 전화를 한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찰관들의 현장 도착이 신속히 이뤄졌을 경우 A 씨가 생존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저히 감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수 요원과 지령 요원이 업무미숙 상태에서 급하게 상황을 전파하려다가 벌어진 일로 보인다”며 “감찰 조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난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 씨의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경찰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리며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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