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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대전제는 학교 자율성

기사입력 | 2021-02-23 11:39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교육 분야 1호 공약인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학생의 교육 선택권 확대와 강화에 있다. 따라서 시행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시행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복잡한 현실적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게 문제다. 고교학점제가 학교교육을 제대로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운영의 가장 큰 토대는 개별 학교의 자율성 확보에 있다. 지금까지 학교는 중앙 정부의 교육 방침에 크게 좌우됐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고, 학교는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형태가 계속됐다. 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 등 학교 단위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의 기회가 있었지만, 주된 교육과정은 국가에서 제시한 것을 실행하는 데 그쳤다. 특히, 내신과 수능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고등학교는 상대평가에 민감하기에 자율적 운영에는 한계가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여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려면 교육목표·과정·평가에 걸쳐서 단위 학교에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 절대평가 시행은 그중 하나다.

교육과정을 학생의 요구와 적성에 맞춰 제공하는 고교학점제는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영어·수학 같은 공통 교과목의 경우 여러 이유로 표준 교과서와 교재 등이 준비돼 있어 교사는 그것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영미문학의 이해’와 같은 선택 교과목이 운영되면 교사들은 대학교수들처럼 어떤 내용으로 교과를 구성하며, 어떤 교재를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교사들은 국가나 시·도교육청에서 배부한 교육 자료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교육과정 설계 및 개발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기능케 하려면 고교 교육에 있어 적성과 진로 안내를 매우 중요한 기능으로 설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지식정보사회로의 변화에 교육이 새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학교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다루는 교과목 외에도 사회 변화를 이해하고, 신설 대학 학과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학생의 진로를 안내하는 기능이 강조돼야 한다. 문과·이과라는 해묵은 구분에 따른 진로 안내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전문성 함양을 위해서는 어떤 교과목을 수강해야 하거나 실질적 체험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교과 교사들도 이와 관련한 역량을 갖춰야 하며, 진로와 적성 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교사들을 별도로 확보, 양성해야 한다.

끝으로, 에듀테크의 적정한 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현실적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온라인 교육을 고려하지 않고는 구현되기 어렵다. 개별 학교의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는 운영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활용해 몇 개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명의 교사가 교과목을 운영할 수 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 실행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실질적 구현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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