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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다수의 뜻=합의’라는 여당

조성진 기자 | 2021-02-23 11:38

조성진 정치부 차장

국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관행이 다시 깨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동의안 2건을 표결로 처리했다.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은 여야가 합의했으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은 야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법안소위에서 숫자를 앞세워 안건을 처리하는 데 재미를 들였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정보위원회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만이 참여해 표결 처리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킨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일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더 거침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과 ‘3% 룰’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표결로 처리됐다. 야당이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한 바로 이튿날이었다.

법안소위 만장일치는 민주화가 된 13대 국회부터 자리 잡은 오랜 관행이다. 여야 협의를 통해 국회를 운영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국회법에는 법안소위 의결방식이 다수제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적용하지 않았다.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대다수가 수긍할 정도가 됐을 때 안건을 처리해 왔다. 이를 통해 소수 의견이 존중을 받았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췄다. 한 명만 반대해도 처리가 안 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때로는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으나, 의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민주당이 최근 소위에서 다수결 원칙을 적용하는 게 만장일치 관행의 비효율성을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안건에만 다수결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ILO 협약 비준 동의안과 같은 날 심사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고자 했다면 안건조정위에 보내면 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하는 민주당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여당이 상반기 내로 끝내겠다고 공언한 ‘검찰개혁 시즌 2’에서는 다시 ‘합법적’인 다수제가 적용될 공산이 크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달 초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과의 합의 가능성을 묻자 “여야가 같은 의견이 되는 걸 합의로 보는데 의견이 달라도 다수에 의해 국회 전체 의견이 결정되면 합의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다수를 점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뜻이 곧 국회 차원의 합의’라고 강변한 것이다. 다수의 힘에 취해 있는 여당을 보고 있으면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며 독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자조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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