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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탈탄소-탈원전 자승자박

기사입력 | 2021-02-23 11:39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과실연 상임대표

기후위기 대응 관심 다시 고조
바이든 대통령, 빌 게이츠 선창
국가와 개인 적극 참여가 필수

文 ‘탄소중립 2050’ 내놨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정치적 선언
과학기술 토대로 무리 없애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원인으로 인간의 환경 파괴가 거론되는 가운데, 지난 연말부터 들려오는 거대 미국의 변화 움직임은 희망의 햇살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가진 첫 연설에서 코로나19 종식과 더불어 지구를 구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맞서겠다(climate under control)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빌 게이츠의 신간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 지난주 출시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지구는 관측 자료가 입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폭염의 기승과 삼한사온(三寒四溫)의 실종 등으로 우리 국민도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현상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바로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금세기 내에 지구는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이어진 바 있다. 그런데도 온실가스 줄이기에 개개인의 참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그 효과가 즉각적이지도 않고 가시적이지도 않아서일 것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처럼 정부의 강력한 동참 유도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글로벌 구원 프로젝트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한 국가의 양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기후적응 정상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거듭 천명했다. 지난해 10월 대통령의 탄소중립 첫 선언에 이은 이 재천명은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뉴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달성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전문가들의 심경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가장 큰 이유는, 녹색성장을 천명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가 배출량 관리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t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7억t을 넘어서고 있다. 즉, 탄소중립을 위해 항공모함 7000대 분량의 이산화탄소 7억t을 앞으로 30년 동안 줄여나가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실패 원인을 그저 추진 의지의 박약으로 치부한다면 현 정부의 야심 찬 선언도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지난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율이 30% 이상이었는데도 실패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문 정부는 탈원전과 탈탄소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자승자박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에너지·산업·수송 구조 등에 있어 그야말로 대전환을 경험해야만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태양에너지가 화력발전소의 대부분을 대체하고, 수소환원철강과 바이오플라스틱 등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을 혁신하며, 연소 엔진이 없는 수소와 전기자동차가 조만간 주류를 이뤄야 한다.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은 지난해 2월 정부가 마련한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LEDS)’에 기초하고 있다. 각 분야 관련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해 확정한 이 검토안조차도 2050년에 2017년 대비 75% 감축이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였다. 뒤집어 해석하면, 모든 재정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을 집중하고 과학기술의 해결이 뒤따른다고 해도 2050년 탄소중립은 벅차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100% 감축을 정치적으로 택했다. 이것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고 보는 두 번째 이유다.

75%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100% 감축이라는 과대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과학기술의 섣부른 현장 적용이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역사에서 어떤 부실을 낳아 왔는지 우리는 상기(想起)해야 한다. 지난해 5월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는 무리한 수소경제 추진에 대한 경고등일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미래 지향적 선언에 거부감을 가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탈탄소 정책의 속도전, 더욱이 탈원전 정책과 함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무리수에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오는 6월 정부가 발표할 ‘탄소중립 세부 시행계획’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소중립 약속이 탈원전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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