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포럼]

공익제보에 비밀누설 덤터기도 위법

기사입력 | 2021-01-27 11:46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특수강간을 했다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2007년이다. 이를 수사한 경찰은 유죄 취지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다음 해 피해 여성이 김 전 차관을 직접 검찰에 고소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이 이뤄졌다. 이후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

정권이 바뀐 뒤인 2018년 4월 대검에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구성됐다.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목적이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조사단의 핵심 조사 대상이었다. 그러나 조사단은 2019년 3월 중순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청와대에서 철저한 조사를 채근했다. 이 시점에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려던 일이 있었다.

김 전 차관이 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할 때까지 출국금지 조치는 없었다. 사실,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구성 목적이 범죄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단에서 출국금지시킬 수 없는 일이다. 조사단은 강제 조사 권한도 없었다. 게다가 2019년이면 김 전 차관의 행위 중 가장 비난 가능성이 큰 특수강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그가 실제로 특수강간에 가담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기 전의 일이어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 전 차관이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어서 봐주기 수사를 하고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한 것이라면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 진상조사단은 그러한 치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공소시효 완성으로 인해 범죄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처벌하지 못한다면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법치주의 국가라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형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진실을 밝힌다고 무슨 일이든 다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쉬운 수단이 비록 고문이라 해도 결코 허용해선 안 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당시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있지도 않은 사건번호를 기재한 허위 공문서로 국민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했으니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김태훈 당시 대검 기회조정부 과장이 연구관(검사)들에게 긴급히 출국금지 조치를 해 달라고 했을 때 이들이 위법한 출국금지라며 반발한 만큼 그 위법성을 몰랐을 리도 없다. 출국금지를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당시 이용구 법무실장이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그 위법성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 절차적 정의 문제라고 한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법무부발 불법출금 사건의 내용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사후에 승인한 점을 포함해 그 전모를 누군가 야당 국회의원에게 공익제보를 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자 여당과 법무부는 이 공익제보자를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하겠다고 한다.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비밀누설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여당의 논리는 불법출금이 아니었다는 데서 출발하지만 점차 군색해지고 있다. 나아가 공익신고자 보호를 100대 국정 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하는 짓 치고는 너무 비열하다.

많이 본 기사 Top5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