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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공수처 민낯 보여줄 ‘차장’

이관범 기자 | 2021-01-27 11:31

이관범 사회부 차장

‘능력 및 자질보단 사명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이번 주중 ‘공수처 수사 실세’로 불리는 차장 후보를 복수로 제청할 때 주안점으로 보겠다고 한 얘기다. 얼핏 들으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돌아가는 앞뒤 상황을 보면 현 정권과 이념 및 성향이 맞는 인물을 우선해서 대통령에게 추천하겠다는 내심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미 법조계에는 ‘현 정부의 진짜 호위 무사’가 차장직을 차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야당의 견제 장치가 사라져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차장으로 와 실권을 쥘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친정부 인사들이 공수처 검사로 입성할 수 있는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일방 처리하면서 검사 자격 요건으로 수사 경력을 들어내고 변호사 경력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여 놨다. 누가 봐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을 우대하기 위한 장치다. 현 집권세력의 법 기술자로 암약해온 민변 출신 인사가 공개 모집에 나설 채비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김 처장의 ‘민얼굴’은 곧 드러날 것이다. 김 처장은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이번 차장 제청은 김 처장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감별하는 ‘첫 번째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다. 벌써 김 처장이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국민의 공수처장’의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집권세력을 위한 ‘방탄막’과 ‘살인 도구’가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한동훈 검사장이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같은 차장이냐. 세간에선 우스갯소리로 공수처 차장에 한 검사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가 돈다. 실현 가능성은 없는 얘기지만, 한 검사장만큼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 정통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권력 수사를 해낸 인물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한 검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좌우 진영과 상관없이 권력 수사에 임해 왔다.

사실 현 정권의 집요한 ‘코드 인사’ 관행을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은 후자다.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원성은 검찰 내부에서 자자하다. 각종 권력 수사를 두고 여권의 눈치를 보며 뭉갠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 지검장의 리더십이 집단항명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조차 나온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은 반려 하루 만에 26일 한 검사장 무혐의 처리 보고서를 다시 결재해 달라고 요구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성윤 지검장 휘하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한 검사는 “혐의가 확인된 피의자 한 명에 대해 추가 기소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릴 정도였다. 김 처장이 공수처 차장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앉혀, 취임사는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자복하는 참사가 제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말 우려되는 건 공수처가 ‘봐주기 내사 종결’ 처분을 하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같은 사건은 영원히 묻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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