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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이 ‘웃으며 살자’

기사입력 | 2021-01-26 11:32

김종호 논설고문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 거야/ 아마 알 거야’. 걸출한 베이스기타 연주자이면서 가수였던 이남이(1948∼2010)가 작사·작곡해 부른 솔(soul)풍의 노래 ‘울고 싶어라’ 한 대목이다. ‘천재 기타리스트’ 최이철과 함께 당대 최고의 뮤지션을 규합해 1977년 결성한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에서 활동하다가 멤버 간의 불화 등으로 탈퇴한 그가 경기도 용인에서 농사를 지으며 만든 노래다. 김세화 노래로 1981년 처음 발표했으나, 그가 1988년 사랑과 평화에 복귀해 처연하게 절규하듯 다시 불러 1988년 사랑과 평화 제3집 앨범에 담은 뒤로 불후의 명곡 반열에 올랐다.

최이철 작사·작곡인 ‘노래는 숲에 흐르고’가 타이틀 곡이던 그 앨범의 이른바 ‘건전 가요’를 제외한 10곡 중에서 그가 보컬을 맡은 유일한 노래로, 콧수염을 기르고 벙거지를 쓴 독특한 모습으로 절창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그를 비로소 ‘가수’로 전국에 각인시키기도 했다. 본명이 이창남인 그는 1967년 주한 미(美) 8군 무대에서 베이시스트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그후 록 밴드인 차밍 가이스(Charming Guys)도 결성했고, 김대환(드럼)·조용필(보컬·기타)과 의기투합한 그룹 김트리오 일원이기도 했다. 그룹 신중현과 엽전들에 1974년 합류했고, 그런 뒤엔 사랑과 평화 전신(前身) 격인 밴드 서울나그네도 신중현과 함께 만든 바 있다.

솔로 가수로 독립해 음반 ‘그대가 떠난다면’ ‘내 집이 그립네’ 등을 내놓던 그는 1992년 돌연 설악산에 들어가, 화가이면서 ‘걸레 스님’으로 불리던 중광(重光)과 함께 8년간 지냈다. “더 닦을 도(道)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내려와 2000년 강원 춘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 딸 단비, 이웃인 짜장면 배달원과 세차장 직원 등으로 그룹 철가방프로젝트를 결성해 음악을 ‘배달’하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11주년 기일(忌日)이 오는 29일이다. 그가 작사·작곡해 부른 노래 중 하나인 ‘웃으며 살자’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구름은 흘러서 하늘로 가고/ 우리네 인생도 하늘로 가고/ 언젠가 이곳에 오리야마는/ 그래도 웃으며 살아가야지/ 기우는 달 떠오는 해/ 울지는 말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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